지난 12일 '제2회 전국 학생 인성 스피치 본선대회'가 서울 일지아트홀(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렸다. 국학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YTN플러스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중ㆍ고등학생 287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거쳐 15명이 본선에 올랐다.

인성을 주제로 열린 스피치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김권우 군(17)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은 후 자신을 힐링하는 법을 깨달은 이야기로 관중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본선대회 인기상을 받은 김권우 군과 어머니 최경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권우 학생 [사진=윤한주 기자]


9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는 우연히 이모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모가 그의 방에서 자살을 했던 것이다. 그는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심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생긴다’는 말처럼 6개월 동안 집안에 불운이 겹쳤다. 이모의 자살에 이어 아버지의 사업실패, 어머니의 암 수술까지. 그는 가족 중에 또 다른 누군가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렸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적도 이유도 없었다.

무기력하게 지내던 김 군이 희망을 품게 되었던 건 농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였다. 어느 날, 어머니의 지인 한 분이 김 군에게 농사짓는 데 도와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하기 싫었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60평 정도의 땅에 고구마, 고추, 쌈채소 등의 농작물을 심었다. 그런데 농사를 지어보니 뜻밖에 재밌었다. 땀을 흘리고 나서 얻는 수확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땅 40평을 더 빌려서 총 100평을 혼자서 경작했다. 학교 끝나면 바로 밭으로 달려갔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밭에서 살았다.

“농사를 짓는데 처음에는 지렁이가 너무 징그러웠어요. 그런데 지렁이가 밭에 많으면 땅이 부드러워지고 채소들이 더 잘 자란다는 걸 알고 지렁이와 친해졌어요. 더워서 땀을 흘리면 바람이 불어서 땀을 식혀주었고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가려주었어요. 자연과 대화하면서 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걸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통해 힐링(Healing, 치유)을 체험한 김 군은 자신처럼 아픈 사람들을 힐링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 김권우 학생과 어머니 최경미 씨 [사진=김권우]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인성 중심 대안학교 벤자민학교를 선택했다. 경쟁과 입시 위주의 일반 학교보다 벤자민학교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꿈을 찾아가고 싶었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얘기했다.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면 그냥 짜인 시간표대로 예전처럼 무기력하게 살아갔을 거예요. 그런데 벤자민학교는 내가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도전하는 일들이 다 즐겁고 재밌어요.”

최근 김권우 군은 약한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 철인3종 경기 도전 프로젝트를 세웠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어른들한테 제가 원하는 걸 말씀드리면 제 의견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기고 힘이 났습니다. 내가 진짜로 이 일을 즐기면서 할 때 돈이 들어왔습니다. 후원금을 모아 철인3종 경기 때 탈 수 있는 자전거를 구매했는데요.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일요일에는 자전거 동호회 분들과 같이 긴 코스를 달립니다.”

이날 어머니 최경미 씨는 발표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우가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까 자기가 뭘 원하는지 말을 잘 안 했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아이의 눈동자가 또렷해졌어요.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당당히 해내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김 군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도 생각이 바뀌었다.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는 아들과 같이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들에게 "사랑한다." 고 말했다.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따듯한 기운이 흐르면서 집안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 자전거 달리기를 연습하는 김권우 학생 [사진=김권우]

김권우 군이 생각하는 ‘인성'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제가 한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저 자신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한 약속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지키고 싶습니다. 저를 지켜보시는 후원자분들께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