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14년 차인 김미진, 이종협 씨 부부.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사단법인 국학원 산하 행복가정인성교육원(원장 권영주)에서 운영하는 행복가정 워크숍 과정을 이수 중이다. 여느 가정 못지않게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이들 부부가 행복가정학교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아내 김미진 씨,아들 이성우 군, 남편 이종협 씨 [사진=강만금 기자]

#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짜 행복'을 묻다

아내: 여보, 행복가정학교에서 워크숍이 열리는데 우리 가족도 신청하자.
남편: 싫다. 우리 가정이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거기 가야 하는데?
아내: 행복하지 않아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살면서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도 있지 않겠나. 한 번 가보자.

결혼 생활하면서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다. 속썩이는 사람이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부부로 지낸 지 5년 정도 됐지만 믿음직스러운 남편 덕분에 가정생활은 원만히 유지됐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정 이대로 가도 괜찮은 것일까?'

김미진 씨가 행복가정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초등학생인 아들 때문이었다. 커가는 아이에게 이제는 부모로서 인생의 방향을 가르쳐줘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러려면 부부가 먼저 한 방향을 바라보며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유지되는 평화로움 이면(裏面)의 진정한 소통, 그것이 가정의 진짜 행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 김미진, 이종협 씨 가족이 행복가정 워크숍에서 서로 포옹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강만금 기자]

# 소통의 시작, 나부터 변하자

"행복가정 워크숍에서 부부끼리 서로 눈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색해서 눈을 바라보지 못하겠더라. 그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며 살다 보니 서로를 바라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기회를 가지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우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살을 맞대며 살아온 지 어느덧 14년.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때라 생각했다. 그러나 깊어진 부부의 인연만큼 서로를 향한 소홀함도 세월 속에 깊이 배어있었다.

아내 김 씨는 "주말에 남편이 집에 와서 지낼 때 대화가 부족한 건 아니었을까, 평소 남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던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며 "내 일에만 바빠서 가족들은 잘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남편 이 씨는 아내에게 "주로 내가 집에 전화한다. 아내는 그냥 듣는 편이다. 바쁜 와중에도 나를 좀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짧고 굵게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들 가족이 소통을 위해 시도한 것은 행복가정 워크숍 때 정한 미션 수행이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SNS 공간인 가족 카톡방도 만들었다. 미션인 솔라바디 555운동(접시돌리기, 발끝치기, 뇌파진동)과 팔굽혀펴기,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카톡방에 공유하다 보니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

이 씨 역시 노력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마음을 냈다. 김 씨가 바깥일로 집을 비운 날 이 씨는 집안 걱정을 하고 있을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아들과 오므라이스를 해먹었다며 인증사진을 카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행복가정 워크숍 마지막 순간에는 나 자신도 변해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며 아내 김 씨에게 희망 섞인 이야기를 전했다.

"결혼 후 어느 시점이 되니까 '가족은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함께 성장하며 인성을 갖춘 홍익인간이 되기 위해 말이다. 아내니까, 남편이니까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먼저 실천하고 변하면 된다. 마음이 열려야 상대의 부족한 점도 감싸줄 수 있고 집안의 행복과 화목도 도모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바로 나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