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인성은 불씨와 같습니다. 2번의 정학, 퇴학 처분까지 받은 저를 끝까지 믿어준 어머니로 인해 꺼져가던 제 인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듯 단 한 사람의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2일 국학원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YTN플러스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한 '제2회 전국 학생 인성 스피치 본선대회가 일지아트홀(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중고등학생 287명이 참가해 지역 예선을 거쳐 15명이 본선에 올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유서범(18, 강원 동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은 불우했던 중학교 시절을 극복한 감동적인 스토리를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유 군과 어머니 김누리 씨를 지난 22일 인터뷰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유서범 학생.(사진=윤한주 기자)

"중학생일 때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제 얼굴에 침을 뱉고 땅바닥을 기게 하는 등 괴롭혔습니다. 두려워서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괴로워하며 생각했습니다. 나를 무시하던 친구들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때부터 저는 인성이 망가져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 담배를 하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가출도 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며 제가 당했던 그대로 모두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이후 서범이는 공부는커녕 학교도 잘 나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 어느덧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취급받고 있었다. 2번의 정학에 결국 퇴학 처분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을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감도 삶의 희망도 잃었다.

"억울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어요. 하지만 제가 한 잘못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기에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서범 군을 변화시킨 건 어머니였다. 서범 군을 대신해 학교로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자책하고 홀로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며 서범 군은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체중감량을 목표로 운동을 시작했다. 서범 군은 복싱으로 22kg을 감량했다.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집 근처의 대안학교를 알아보던 서범 군은 지난해 온ㆍ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벤자민학교를 소개받고 올해 3월 입학했다. 학교 입학 후 서범이는 자신감도 찾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무엇보다 중학교때 친구들에게 왕따 당했던 일을 가족들에게 처음 고백했다.

"서범이가 스피치 대회 나간다고 원고를 써서 가져왔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저는 서범이가 중학교 때 친구를 잘못 만나 공부에 흥미를 잃고 그렇게 된 줄 알았지 왕따 같은 건 생각도 못했어요. 결코 몰랐을 일을 스피치 대회로 알게 되었죠. 엄마가 그동안 신경쓰지 못해 미안하다고 서범이와 껴안고 펑펑 울었어요. 10대인 아들이 자기 상처 드러내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건데 큰 용기를 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 유서범 군과 어머니 김누리 씨.(사진=본인 제공)

서범이가 다니는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임감과 자립심을 키우고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1년 중 3개월간 유급 아르바이트를 하기를 추천했다. 서범이는 쌈밥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교 등록금을 스스로 벌었다.

"벤자민학교 입학 후 주변의 선생님, 멘토들이 항상 격려하고 용기를 주니 서범이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엄마만 지켜보는 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나를 지켜보고 응원한다고 생각하니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되고 무엇이든 해보려고 합니다. 서범이도 벤자민학교에서는 내가 잘하면 된다 생각하며 자존감도 많이 생겼고요. "

서범 군 스스로도 벤자민학교를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성스피치 대회 전까지 단 한 번도 대회 같은 것을 나가 본 적이 없었어요. 상 받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요. 처음 나간 대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요즘에는 조만간 있을 검정고시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책상 앞에 오랜 시간 앉아 본 적이 몇 년 만이라 쉽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벤자민학교에서 직업을 찾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먼저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졸업할 때 스스로 행복하다 느끼는 게 지금 제 목표입니다."


▶ 인성스피치 대회 유서범 군 발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