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다

인성교육진흥법을 계기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야
 
정지윤 양(18, 서울 노원구)은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노길사(노원 길 위의 생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집에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모두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반려동물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생 정지윤 양이 스피치 하는 모습(사진=윤한주 기자)
 
지윤 양은 올해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교육을 받았다. 이어 12일 국학원 주최로 열린 제2회 전국 학생 인성 스피치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윤 양은 “본선에 올라갈 줄은 몰랐고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상을 받은 이유에 대해, “진짜 속 안의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겪고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변화한 점”을 꼽았다. 
 
그 이야기는 무엇일까? 서로를 배려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인성 스피치에서 한 두 생명을 구조하는 것보다 생명존중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자신의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것(스피치 전문은 밑의 영상으로 참조) 
 
이선경 벤자민학교 교사는 “(왕따를 당했지만) 앞에 나와서 담담하게 상처를 드러냈다는 것은 치료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이가 긍정적이다. 친구도 긍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명희 씨는 입상보다 딸의 변화를 높게 평가했다.
 
“대회를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친구들이 자기의 일처럼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다. 리허설을 보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동안 막연했지만 지금은 꿈을 구체적으로 꾸고 있다.”
 
▲ 우수상을 받은 정지윤 양(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지윤 양은 우수상으로 받은 상금은 유기동물 치료비를 후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제가 열심히 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많이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또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꿈도 커졌다.
 
“저는 직업보다 꿈 자체가 약한 사람, 동물을 살리자는 마음이에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바뀐 세상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수의학과를 목표로 동물심리학을 배우고 싶어요. 수의사가 단순히 동물의 몸을 고치는 것보다 몸과 마음을 치료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사람도 마음을 치료하잖아요. 동물은 아직 몸을 치료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또 학교에서 진로체험으로 국회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앞으로) 동물보호법을 바꾸면서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지난 21일부터 시행되는 인성교육진흥법과 관련해서 학교의 변화를 주문했다.
 
“학교 시스템이 공부에만 맞춰졌어요. 오직 공부와 성적을 목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학교도 작은 사회잖아요. 이번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됐으니 학교도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모르니까 그것을 가르쳐주는 곳이 학교잖아요. 많이 알려주면 좋겠어요.”
 
▶ 인성스피치 우수상, 정지윤 양 발표 영상 
 

 
* 유기동물(遺棄動物)
 
- 주인의 실수, 혹은 의도적인 목적으로 인하여 버려진 이국적인 동물, 혹은 반려동물을 뜻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기동물이 지난해 8만 1,200마리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철에는 다른 때보다 25% 증가한다고 22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