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키를 집어 들었다. 쿠키를 우유에 찍어 먹기 위해 우유잔에 넣으려는데 이런, 쿠키가 커서 우유가 닿지 않는다. 기분 좋게 쿠키를 우유에 찍어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

"Thanks, Obama." (아이고 고맙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비아냥대는 뉘앙스가 듬뿍 담겨있다. '고맙다'고는 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일이 안되는 건) 다 오바마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릴 때 사람들이 버릇처럼 "오바마 때문이야"라고 하던 것을 풍자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영상을 만든 것이다.

요즘 말로 '셀프디스(Self-disrespect, 자기비판)'다. 자신의 문제점 혹은 약점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셀프디스'가 최근 국내 정치에도 '도입'되었다. 주인공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정치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가 첫 작품으로 '셀프디스캠페인'을 들고 나섰다.

손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가 혁신하고 거듭나기 위해 먼저 반성하고 내려놓는 작업을 했다"며 이번 캠페인을 소개했다.

당내 '친노' '비노' 계파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셀프디스'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었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호남, 호남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셀프디스 캠페인' 1편 문재인 대표(왼쪽)와 2편 박지원 의원(오른쪽)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 대표와 박 의원의 셀프디스 내용을 찬찬히 읽었더니, 이게 셀프디스가 맞는지 헷갈린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인권변호사로 일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남의 이야기를 끊거나 면전에서 안면을 바꾸고 언성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평생 쌓인 신중한 성격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박 의원은 "(호남을 강하게 외쳤던 이유는) 지금껏 호남이라 눈치 보고 소외당하고 차별을 당했던 것 때문에 나라도 호남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을 보는 국민은 "(문 대표 혹은 박 의원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모두 깊은 생각과 몸에 밴 뛰어난 성품 덕분"이라고 보게 된다. '셀프디스'라 했지만, 결국은 '자화자찬'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손 위원장은 "셀프디스 자체가 유머감각을 전해주고 해명의 기회도 된다"며 "앞으로 소비자의 언어, 국민의 언어를 통해 소통하겠다"며 캠페인 의미를 전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을 접한 국민이 얼마나 유머를 느끼고 해명을 받아들이게 될지 미지수다. 유머보다는 어색함이, 해명이라기보다는 변명으로 들리지 않기 위해 진정성 있는 '셀프디스'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