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당한 순천 선암사 불화인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이 국내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미국 경매에 출품된 도난 불화인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을 환수하고, 2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했다.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비단 채색, 97㎝×65㎝)은 18세기에 활동했던 승려인 ‘동악당재인대선사’(생몰년 미상)를 그린 초상화로, 전라남도 순천시 선암사 진영각(仙巖寺 眞影閣)에 보관되어 있었다.  현재 진영(眞影, 고승을 그린 초상화)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도난 이전 화기(畵記, 불화에 기록된 명문)에 ‘乾隆三年癸亥二月○日(건륭3년 계해2월○일)’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제작연대(1738년)를 알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진영으로 평가된다.

▲ 도난 당한 순천 선암사 불화인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이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의 노력으로 국내로 돌아왔다. <사진=문화재청>

동악재인(東岳在仁/생몰년 미상, 18세기 활동)은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의 4세손이다. 동악선사에 관한 행장(行狀)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에 선암사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암사에는 소요문중이 크게 번성하였으며 선암사 불사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선암사의 중창주로 알려진 호암약휴(護巖若休)가 있다.

호암선사가 활동하던 시기에 동악스님의 스승인 계음호연(桂陰浩然)은 조계산에 머물면서 '석가여래행적송'의 서문을 짓고, 선암사 범종루 범종 제작 때 본사스님으로 참여하였다. 비록 선암사에 동악선사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선암사의 정황상으로 미루어 스승인 계음스님과 호암스님의 선암사 중창불사에 동참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에 미국인 A 씨가 B 경매소에 이 불화를 출품한 사실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파악한 후 도난 문화재임을 확인하였고,  대한불교조계종과 선암사는 이 불화를 환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문화재청은 B 경매소에 도난 문화재임을 통보하고 즉각적인 경매중지를 지난 3월 요청해, 경매소에서 이를 수용함에 따라 문화재청과 출품자 A 씨는 협상을 통해 반환에 합의하였다.

이번 불화의 환수는 문화재청, 대한불교조계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선암사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업과 분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999년부터『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하여 도난 문화재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였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외국 경매 현황을 모니터링하여 경매 출품 사실을 파악하였으며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실은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비교하여 도난 문화재임을 확인하였다. 아울러▲선암사는 미국에서의 진영 이운(移運, 불상 등을 옮겨 모심)과 관련된 비용을 부담하였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해 10월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번 불화 환수는 업무협약 이후에 거둔 최초의 성과이다

한편 이날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의 정보공유와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각서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서'의 대상을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