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의된 인성교육진흥법이 7월 21일 학교 현장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는 인성평가를 대학입시 전형에 반영하겠다는 기존의 정책을 철회했다. 인성교육 관련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현상을 종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아이들에게 부담만 더 지운다고 하면서 인성교육진흥법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목적대로 실효성을 거두고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일까.

인성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2년간 인성교육 대상위원회위원장 활동을 해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을 만났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개최한 인성교육진흥법 국회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했다. 그는 공직자 시절부터 40년간 이순신 장군에 대해 연구해온 '충무공 이순신 전문가' 로도 유명하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으로부터 앞으로 인성교육이 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관해 들었다.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인성교육진흥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성공 요건은 무엇인가.

인성교육은 이기심을 제거하고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 다른 학과목처럼 지식 위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시험 과목 하나만 더 늘리는 결과라면, 학생들한테 부담만 주고 인성교육에 역행되는 결과를 남기게 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마음을 순화시켜 완전한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가. 인성교육자들이 연구하고 궁리해야 한다.

가장 우선은 인성교육을 지도하는 교사가 먼저 인성이 되어야겠다. 교육자가 제대로 인격이 갖춰지지 않고 말로만 인성의 중요성을 애기한다면 인성교육도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년에 걸쳐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대상을 받는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언행에 있어 인성교육이 제대로 된 분들이었다. 

- 인성을 지수로 수치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성을 평가할만한 적절한 평가방법은 나와야 한다. 국가의 일은 잘했는지 못했는지 성패가 드러나야 한다. 이를 위해 인성교육 담당자들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민해서 인성교육에 부합하는 적절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인성교육진흥법이 단독으로 시행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법까지 만들어가면서 교육에 방점을 두려고 하는 것은 한편으로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걸 계기로 교육 문제를 짚어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정에서는 밥상머리 교육과 같은 자연스러운 자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발효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가정에 있다. 오늘날 가족 간에 사랑이 없다. 학생과 선생님 간에도 사랑을 찾기 힘들다. 아주 냉정하다. 사랑이 없는 자리에는 탐욕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자리를 잡는다. 사랑이 회복되면 여러 교육 문제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에 이렇게 인성이 부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근세에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 물질적 가치관에 사로잡혔다. 물질적인 가치는 첫째 지위가 높아지는 신분의 상승, 둘째는 돈이다. 자기 자식에게도 커서 돈 많이 버는 일, 지위가 높아지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런 것에만 치중하고 인성적 가치를 등한시하니 대가가 그대로 부모한테 돌아온다. 자식이 부모를 때리고 온갖 패륜아들이 등장한다. 사회가 물질적 가치에 의해 지배되니까 빈과 부,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극대화됐다. 그렇다고 물질적 가치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정신적 가치를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자동차도 두 바퀴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져 한다. 균형 있게 돌아가야 밀었을 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 이순신의 현충탑을 설명하는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인성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어떤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내가 인성교육은 전문가는 아니라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 나름대로 궁리한 것이 있다면, 역사상 인성을 갖춘 대표 인물들을 찾아 교육하는 것이다. 예, 효, 정직, 책임 등 막연한 인성적인 가치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으로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그럴 바에는 인성적 가치를 우리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실행해낸 사람을 찾아 배우는 것이다. 이순신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남편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친구 간에 의리 있는 완벽한 인격자였다. 역사상 그와 같이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꾼 위인’을 찾아보면 좋겠다.

- 이순신의 리더십을 배우는 이순신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40년 전 공군 법무관 시절 우연히 서울의 한 책방에 들렀다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은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을 접했다. 그때 이순신 장군의 내면에 깊이 감동했고 지금까지 이순신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이순신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쓰고 전국 곳곳을 돌면서 강연도 했다. 또 서울과 부산에서 이순신 지도자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서울에서는 재단법인 충무아트홀 주관으로, 부산에서는 사단법인 청목문화회 주관으로 이순신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이순신의 리더쉽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물질적 가치가 너무 팽배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결국 병이 들었다. 병든 이 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로 충무공 정신만한 약재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인성의 덕목은 무엇인가.

이순신의 핵심 덕목은 사랑, 정성, 정의, 자력(自力)이다. 이순신은 나라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이순신의 사랑은 조선이라는 사직(社稷), 나라에 대한 사랑이다. 영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성을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와 같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를 구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또 이순신은 일을 함에 있어서 정성을 다했다. 정성을 다 바친다는 것은 목숨을 건다는 뜻이다. 원균의 함대를 이겼던 왜군이 왜 12척밖에 안 되는 이순신의 함대에는 깨졌을까. 두 장군의 차이는 내면의 차이다. 원균은 나라가 사는 것보다 공을 인정받아서 출세하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이순신은 위기에 처한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사랑과 정성, 두 덕목 외에도 정의와 자력이 있다.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았고, 누군가의 힘을 빌려 성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 나라사랑이 중요하다면 인성교육진흥법의 인성 덕목에서 ‘충’이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충’이라는 개념을 나라사랑으로 해석하는 경우와 지도자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빠진 것은 후자 쪽으로 해석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충을 애국심이라고 한다면 인성교육 덕목에 제일 먼저 들어가야 한다.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민이 있어야 인권이 있다. 인권은 내가 침해를 받았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나라가 없는데 누구한테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일제 강점기 때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했다.

- 인성교육의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시험 과목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인성교육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제일 먼저 선생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안 되면 인성의 모델을 세워서라도 바른 인성을 찾아가야 한다. 서로 믿고 사랑하고 소통하는 그런 마음으로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학생들은 왜 인성교육이 이토록 중시되고 있는가를 알았으면 좋겠다. 계속 이런 식으로 교육받다가는 치열한 경쟁과 양극화로 이 세상이 정말 황폐해진다. 지금이라도 이것을 고쳐나가야겠다. 인성교육진흥법을 실행할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을 같이 모색해간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에게는 후손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인성을 갈고 닦아 진정한 세계의 정신지도국이 되기를 바란다.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1948년 경남 창녕 태생으로 사법시험 합격 후 1979년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고 2006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현재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종대 위원장은 ‘충무공 이순신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생애에 매료돼 40년 가까이 연구해왔으며,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등 이순신 관련 책 4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