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서야 하는 줄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숟가락은?

가장 잘 서야 하는 줄은 '탯줄'이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숟가락은 '금수저'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에서 농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다. 그만큼 부모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탯줄을 잘 서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라 하면 재벌 2, 3세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내내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등에서 삼성물산이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며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7일 69.5%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삼성 내에서 이뤄지는 이번 합병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보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마련된 절차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능력 여부를 막론하고서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로 발돋움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되었다. 그룹 내 장악력도 한층 강화되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만 '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금수저는 방송가도 장악했다. 육아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연예인과 10대 청소년 자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 연예인 아버지와 딸이 같이 나오는 프로그램까지. 연예인은 물론 연예인 가족까지 연예인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기회균등' 차원에서 다른 무수한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는 높기만 한 방송의 문턱이,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시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아빠가, 혹은 엄마가 연예인이라 자연스럽게 방송가에 안착하고 '2세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만큼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강한 사회, '하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회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개천은 미꾸라지만 사는 곳이라는 좌절감이 팽배해졌다.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는 탯줄을 잘 서고 좋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것이 중요해지는 세태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