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외치는데 어째서 통일은 이리도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남북관계는 날로 경색되어 가고, 국제사회가 함께 진행해온 6자회담은 이제 자취마저 감췄다.

한민족미래포럼에 강사로 나선 임재해 교수(국립안동대)는 "소원이 신념의 기적을 일으켜 이뤄지는 것은 일생일대의 염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민속학자로서 인간과 세계를 잇기 위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국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통일론을 제시했다.

▲ 한민족미래포럼에 강사로 나선 임재해 교수(국립안동대)

한민족원로회가 주최하고 천군리더스클럽이 주관하는 제11차 한민족미래포럼이 지난 9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개최되었다. 현장에는 70여 명의 원로회원들이 참석해 임 교수의 '통일론'에 귀 기울였다.

임 교수는 먼저 현재의 상태로는 한민족의 미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6자회담이 시작되면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냉전이 종식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지금도 냉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며 우리 민족을 향해 '역사적 흐름에 퇴행한 민족'이라고까지 표현한다"며 "분단상태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여전히 냉전시대고, 이대로는 인류 평화에 보탬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가르고 있는 38선이 '휴전선'이라는 점에서 정확히 볼 수 있다. 한반도는 현재 잠재적 전쟁상태이다. 북쪽으로는 사회주의가, 남쪽으로는 자본주의가 자리 잡아 냉전의 대결구도를 지금까지도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일을 이야기할 때 쉽게 나오는 '흡수통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임 교수는 "흡수통일은 무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칫 '평화통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싸우지 않았다고 해서 평화통일이라거나, 외세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주통일은 아니다"며 "경제력과 같은 힘으로 흡수하는 것 역시 일방적이고 타율적인 통일 형식"이라고 했다.

두 세력이 평등하게 합일되는 '이통합일(二統合一)'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와 북한은 본래 한민족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다른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되었다"며 "'이통'이 화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으로, 함께 술을 마실 때 '모두 소주로 통일하라'는 것은 개개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각자 원하는 대로 맥주, 소주, 와인을 자유롭고 즐겁게 함께 마시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민족원로회가 주최하고 천군리더스클럽이 주관하는 제11차 한민족미래포럼이 지난 9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개최되었다.

실제로 우리 민족은 두 번의 통일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당나라군을 끌어들여서 삼국을 통일한 신라이고 두 번째는 민족화합정책으로 통일한 고려다. 임 교수는 신라의 통일을 무력통일, 고려의 통일을 평화통일을 지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외세의 힘을 업고 무력통일한 신라는 결과적으로 후삼국이 다시 등장하는 원인이 되었다"며 "다음 세 번째 통일은 외세를 배제하고 지배나 피지배, 승패나 복속 없이 대등하게 하는 평화통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원로위원이 대북정책으로서 '햇볕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임 교수는 "어째서 따뜻한 햇볕을 쫴 상대를 해제시키려고 하는가. 바람론도, 햇볕론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 혹은 경제력을 내세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종(種)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듯, 우리의 통일 역시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민족원로회의 제12차 한민족미래포럼은 오는 9월 10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다. 12차 포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고학자인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고대 유물로 본 동이 문화권과 한민족’을 주제로 강연한다.

한편, 한민족원로회는 지난해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의장을, 장준봉 전 경향신문사 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대한민국의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미래포럼은 격월로 홀수달 두 번째 목요일에 열린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열과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마련된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