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오늘도 백주부의 레시피를 보며 침을 흘린다. '슈가보이(Sugar boy)' 명성에 걸맞게 어느 음식에나 '설탕'이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백주부는 된장찌개에도 설탕을 넣는다!)

초콜릿, 사탕처럼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언니이지만, 어느새 백주부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속으로 '설탕 없이는 맛이 있을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를 되뇌는 언니를 보게 된다. "달고 짜면 다 맛있게 느껴진다"던 말이 절로 이해된다. 아, 백주부의 레시피는 하늘이 내렸구나!

아낌없는 설탕 사랑을 몸소 실천하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미각력》(스즈키 류이치 저, 한문화). 그리고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제아무리 좋은 유기농 음식재료라 하더라도 무엇으로 어떤 맛을 내느냐에 따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니!

병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하는 미각의 비밀

'쿡방(요리방송)'이 대세로 자리 잡을 만큼 '맛있는 요리'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거센 요즘, 《미각력》은 '미각(味覺)'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에 잘 보이던 간판이 어느 날 잘 안 보인다면 '내가 시력이 안 좋아졌구나' 하지만, 전에는 맛있던 음식이 갑자기 맛이 없어졌다면? 우리는 바로 '음식 맛이 이상하다!'며 음식 탓을 한다. 우리는 '미각'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 대신, 기호나 취향, 요리사의 솜씨 문제로 치부해버린다.

일본에서 '맛 박사'로 불리는 저자 스즈키 류이치 씨는 미각 연구가로 활동 중이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건강철학을 가진 저자는 지나치게 진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병을 키우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렇다면 미각은 어떻게 결정될까. 어째서 언니에게는 간이 딱 맞는데, 언니의 엄마는 "싱거워서 맹물인지 찌개인지 모르겠다"를 외치게 되는 걸까.

▲ 《미각력》 책 123쪽.

그것은 '미각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미각은 유아기에 어떤 식생활을 했는지에 따라 평생을 좌우하게 되는 '버릇'과도 같다. 사람의 미각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똑같이 단맛을 좋아해도 세부 분류가 다른 것이다.

위에 나온 도표를 따라 미각 유형을 살펴보았더니 충격적이다. 언니는 '5번 진한 짠맛과 감칠맛의 조합형'이었다. 달고 짠 음식은 물론이오, 조미료도 최소화해서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좋아하는 건 이런 맛이었다니.

다행스러운 것은 미각은 의식적으로 단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각을 단련하겠다고 맨송맨송한 음식을 먹는 건 스트레스일 뿐이다. 아무리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아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영양이 제대로 흡수될 리 없기 때문이다.

책은 미각 단련을 위한 레시피도 함께 곁들여 '훈련'을 도와준다. 치느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지만 조금 양보하여 닭고기 호박찜 정도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니가 《미각력》을 소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저 입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입도 좋아하고 몸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자는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당뇨나 고혈압, 비만과 같은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언니는 맛있고 건강하게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