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의 요란함'.
국회의 모습이다. 여야 지도부는 당·청갈등과 당내 계파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내년 4월 13일,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여의도를 떠나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 국회의원 금배지 [화면캡쳐]

국회 내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 현장에는 빈자리가 더 많아진 지 꽤 되었다.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은 대개 20~30명(정보위원회 12명)인데, 재적 위원의 20%만 출석해도 개회하다 보니 소수 의원만 있어도 상임위는 열린다. 부실한 법안 논의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회 의정활동에 참석하지 않고 의원들이 향하는 곳은 지역구다. 국정감사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여의도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선출된 초선의원들 역시 다음 총선에 지역구 출마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눈도장 찍기 바쁘다. 정책 업무에 충실하기보다는 상대 당을 자극하는 법안 발의나 이슈가 될 만한 말 한마디로 이름 알리기에 집중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소속 의원들은 전국을 헤매는데 여야 지도부의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사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 갈등을 심화시킨 당직 인선이 문제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의 원인 역시 내년 총선, 다시 말해 공천권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한 번 더 권력을 잡기 위한 그들끼리의 다툼인 것이다.

지난 주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 줄 알았는데 이번 확진자는 감염경로조차 모호하다니 다시 불안감이 감돈다.

시원한 빗줄기 한 번 만나기 힘든 올해 마른장마로 생활 물가가 치솟고 있다. 100년 만의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각종 식료품 물가가 오르고, 한강과 낙동강 등 상수원에서 녹조가 확대되면서 우려도 심각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업들은 3분기 기업경기 전망을 '우울'하다고 내다봤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에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우리 수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우리 정치권은 다음 '금배지' 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으니 국민의 시름은 가실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