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을 주제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전시를 개최한다.(사진=서울시립미술관)

"GD의 내면 어렵다…."
"유명해져라, 그럼 네가 똥을 싸도 박수쳐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전시에 대한 감상평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과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가한 전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 전을 개최하고 있다. '피스마이너스원'이라는 전시의 제목은 평화(PEACE)로운 유토피아적 세계와 결핍(MINUS)된 현실 세계에서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ONE)을 찾는다는 의미다.

국내외 예술가 14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2층과 3층에 걸쳐 지드래곤과의 교감을 통해 만든 설치, 조각, 사진, 페인팅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 논픽션뮤지엄 전시 전경(사진=서울시립미술관)

(논)픽션뮤지엄에서는 패브리커(Fabrikr)가 지드래곤의 소장품과 새롭게 제작된 작품들로 구성된 가상의 박물관을 보여준다. 이 공간에는 뮤지션으로서 지드래곤의 모습과 함께 지드래곤이 소장한 현대미술 작품과 더불어 그가 직접 디자인한 무대의상과 오브제들이 전시되어 있다.

▲ 지드래곤을 천사와 악마로 표현한 권오상 작가의 '무제의 지드래곤'(사진=서울시립미술관)

사진 조각이라는 혁신적 장르를 선보였던 권오상은 인터넷에 떠도는 지드래곤의 사진들을 수집하여 지드래곤을 악마와 싸우는 성미카엘 대천사로 표현했다. 또한 작품 사방에 거울을 설치하고 끊임없이 서로 반사시켜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선과 악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 진기종 작가의 '어느 멋진 날, 한 낮의 짧은 꿈' 작품 앞에 서 있는 지드래곤.(사진=서울시립미술관)

눈길을 끄는 건 진기종 작가의 '어느 멋진 날, 한 낮의 짧은 꿈'이라는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온 지드래곤이 옷을 하나씩 벗고 무인도로 떠나고 무인도 꼭대기에 서 있는 지드래곤의 모습은 또 다른 무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기종 작가는 지드래곤을 처음 만났을 때 "꿈이 뭐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지드래곤은 "어린 나이에 꿈을 이뤄 이제 희망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인도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작가는 지드래곤을 미니어처 모형으로 제작해 무인도 꼭대기에 오르는 지드래곤을 표현했다. 동시에 이 무인도에도 카메라와 조명이 비치며 대중 앞을 벗어날 수 없는 아티스트의 숙명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전시에는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제임스 클라, 유니버설 에브리띵, 콰욜라, 파비앙 베르쉐르, 건축사무소 SoA, 방앤리, 박형근, 손동현, 샤일로, 페브리커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대형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지드래곤'이라는 아이돌을 아티스트로 홍보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존의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보다 3배 가까이 비싼 입장료 역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현대미술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기획 의도는 좋지만, 평소 지드래곤에 관심이 없던 이라면 뜨아할 수밖에 없는 전시다.

그렇지 않아도 미술관 한 켠에 설치된 감상평을 적는 공간에는 이번 전시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일단 비싼 입장료를 내고 온 사람이기에 지드래곤에 대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체로 '난해하다', '어렵다'등의 반응이었다.

▲ '피스마이너스원' 전시에 대한 시민들의 감상평.(사진=전은애 기자)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드래곤은 이번 전시에 대해 “나는 작은 매개체 구실로 서 있을 뿐이고, 나를 이용해서 미술 세계에 들어와서 재미있게 관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패션, 아이템 등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미술관에 다양한 전시를 여는 추세다. 이러한 유행에 맞춰 지드래곤 역시 국내 아이돌 가수 최초로 자신을 주제로 현대미술 전시를 개최했다는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전시가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지드래곤은 이제 고작 스물일곱에 불과하다. 많은 논란과 혹평을 딛고 앞으로도 계속 기존의 관념과 선입관을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해주길 바란다.

▲ Room No.소리에 더 가까이, 그리고 지드래곤에게 더 가까이 작품.(사진=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