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은애 기자

지난주 대한민국의 모두가 메르스에 집중돼 있던 상황에서, 지인이 보내준 허핑턴포스트 기사를 봤을 때만 해도 그냥 하나의 의혹으로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소설가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게재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서도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만큼 기자에게 "신경숙"이라는 작가는 우상이자 절대적 존재의 작가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심지어 《엄마를 부탁해》 역시 표절 의혹이 이어졌다.

신경숙은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가 2012년 200만 부를 돌파하며,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2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리는 등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대표 작가로 우뚝 섰다. 또한, 이 작품으로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표절 논란의 불씨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 지난주까지만 해도 신경숙과 그의 책을 펴낸 출판사 창비의 입장은 강경했다. 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주장에, 작가는 출판사를 통해 "읽어 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부인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표절이란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대한민국이 메르스로 떠들썩한 이 시점에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신도리코(복사기)'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교묘한 말장난', '회피성 발언'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평소 좋아했던 작곡가, 아티스트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사과가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볼 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다. 신경숙이 문단의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보기 드문 작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대와 사랑이 컸었다. 그만큼 이번 표절 논란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결국 신경숙마저 라는 아쉬움과 한숨이 나올 뿐이다.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 《외딴방》은 낮에는 전자업체의 공원으로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의 학생으로 생활하며 겪는 일들과 내면의 갈등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10대에 전북 정읍에서 서울로 올라와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는 신경숙 자신이 나온다. 구로공단 내 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는 10대의 신경숙을 보면 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과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절필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학은 목숨과 같기에 글쓰기를 멈춘다는 건 살아있는 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10대에 작가가 되고자 했던 그 순수함과 열정을 다시 살려 표절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작품을 내주기를, 그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