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재직.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 선고 후 1988년 출소.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 강단에 서기 시작해 2006년 정년퇴직 후 석좌교수로 재직.

오늘 소개하는 《담론》의 저자 신영복 선생의 약력이다. 필자는 이 분을 잘 알지 못했다. 저자의 저서를 읽는 것도 처음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의 수형생활을 견디어 내고, 사회로 복귀해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존경 받는 분이라는 것과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과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개된 짧은 인터뷰와 간간이 접한 기사에서 귀동냥한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원래 전공은 경제학이었지만 출소 이후 성공회대학교에서는 ‘고전강독’과 ‘정치경제학’을 주로 맡았고, 정년퇴임 이후에는 ‘인문학 특강’만 강의했다고 한다. 이제 강의는 하지 않는다 하니, 이번에 소개하는 책이 작년 하반기 동안의 강의 내용을 녹취해서 출판한, 부제 그대로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가 되겠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정말 복이 많다는 부러움과 함께 필자도 학창 시절에 이런 수준 높은 강의를 접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총 25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서양 고전을 넘나들며 깊이 있는 사색과 성찰로 이끌어주는 1부와 저자의 20년 수형생활 경험을 인용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2부로 되어있다. 25강 모두 어느 하나 흘려 들을 수 없는 소중한 가르침들이다. 첫 시간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 쓰는데, 工(공)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뜻이고, 夫(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이라는 뜻이라 한다.

신영복 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에 공부란 세계와 나에 대한 공부여야 하고, 결국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 즉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라고 정의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고전에서 인용된 여러 사례를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 중 배움의 핵심은 사람을 알아가는 것( 知人)이고, 지식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양심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갈등과 번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 自己)의 이유(理由 )를 줄이면 자유( 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분노와 좌절 속에서 습관적 타성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저자의 풍성하고 해박한 고전 지식과 20년의 수형생활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통해 체험한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이 분량이 좀 있고, 내용이 쉽지는 않지만 공부와 사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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