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단학에 의한 한국선도 기학의 회복 및 현대화 과정을 살펴 보았다. 선도 기학의 현대화는 당연히 선도 기학에 기반하고 있는 선도수련법의 현대화와 맞물리게 된다. 선도 기학의 현대화라는 성과가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이를 통해 선도수련법이 현대화되었고 또 선도수련법의 현대화를 통해 선도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정경희 교수
한국선도 기학에서는 ‘일기·삼기’에서 현상의 존재계가 생성되고 사람을 위시한 만물이 생겨나게 되었다고(시(始)) 보며 현상의 존재는 언젠가는 다시 본질인 ‘일기·삼기’로 회귀하게 된다는(종(終)) 인식, 곧 ‘일기·삼기’ 내에서 존재의 생성(시)과 회귀(종)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기론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렇게 생겨난 사람과 만물 중에서도 오로지 사람만이 ‘일기·삼기’를 온전하게 갖추었기에 사람만이 ‘일기·삼기’로의 회귀가 가능하다고 보며 사람의 ‘일기․삼기’로의 회귀를 위한 방법으로 ‘1단계 성통(性通): 수련, 지감·조식·금촉 수련 → 2단계 공완(功完): 사회적 실천, ‘홍익인간(弘益人間)·재세이화(在世理化)’→ 3단계 조천(朝天): 천화(化), 최종적인 존재의 회귀’를 제시한다. 이중에서도 1단계 성통(수련, 지감·조식·금촉 수련)은 선도수련 단계로서 ‘금촉(하단전(下丹田, 배 안쪽의 기에너지 결집태) 각성을 통한 신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 조식(중단전(中丹田, 가슴 안쪽의 기에너지 결집태) 각성을 통한 마음 차원의 생명력 회복)→ 지감(상단전(上丹田, 머리 안쪽의 기에너지 결집태) 각성을 통한 의식·정보 차원의 생명력 회복)’으로 요약될 수 있다.  50)

 

 

 

 

선도수련의 요체이자 원론인 지감·조식·금촉론은 실상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난해하게 여겨지는 문제가 있기에 선도수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현대인들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지감·조식·금촉 수련법에 다가갈 수 있도록 고전적 선도수련법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선도수련법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지감·조식·금촉의 원론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변용은 불가피한 것이다.
단학은 지감·조식·금촉의 원론 내에서 다양한 수련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고전적인 선도수련법으로 알려진 도인체조, 단전호흡(행공(行功)), 각종 기공류의 프로그램 외에도 진동수련, 단무(丹舞) 수련, 단공(丹功) 수련, 힐링차크라수련, 심성수련, 민족혼수련, 뇌호흡수련, 뇌파진동수련, PBM(Power Brain Method) 수련, 장생보법(長生步法) 수련, 영가무도 수련, 생명전자 수련, 자기(磁氣) 명상 등 수많은 수련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이들 수련프로그램들은 누구나 쉽게 기감각을 터득하여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생명력(일기·삼기)를 효과적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간이한 방식을 지향하였고 이에 따라 규격화·표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규격화․표준화의 경향은 단순히 선도수련법의 상품화의 관점에서 접근되기도 하지만51), 이러한 규격화․표준화에도 일관된 원론으로서의 지감·조식·금촉이 적용되고 있으니 본질적으로는 ‘선도수련법의 현대화’라는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학의 수련프로그램들을 천착해 보면 수련프로그램의 초점이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갔던 점을 알게 된다. 이는 무엇보다도 현대인들의 심신 상태에 수련법을 맞추고자 하였던 때문으로 보인다.52) 곧 단학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수련법이 하단전 중심의 형태를 보이면서 신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신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은 마음이나 의식 차원의 생명력에 앞서는 일차적 단계였고53) 또한 대중들의 가장 일반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였던 때문에 단학이 보급되는 초창기에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는 수련법이 중단전 중심의 형태로 옮겨가면서 마음 차원의 생명력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선도수련 원리에 의하면 신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의 다음 단계는 마음 차원의 생명력 회복이기 때문이다.54) 
 

1990년대말 무렵부터는 수련법이 상단전 중심의 형태로 옮겨가면서 의식·정보 차원의 생명력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선도수련 원리에 의하면 신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에 이어 마음 차원의 생명력 회복이 제시되고 다음으로 의식 차원의 생명력 회복 단계가 제시되기 때문이다.55) 이 과정에서 등장한 수련법이 의식의 차원을 관장하는 뇌와 관련된 수련법, 곧 ‘뇌호흡’ 수련법이다. 뇌호흡수련법은 선도의 상단전 수련법을 현대화한 것으로 1990년대 초반 이래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하였는데, 기본 이론으로 ‘뇌호흡 5단계론’, 주요 수련법으로 PBM(Power Brain Method), 뇌파진동 등이 제시되었다.56) 뇌호흡수련법은 근래에 이르러 교육학, 의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 분야와 접목, ‘뇌교육학’이라는 신생 학문으로 새롭게 정립되어가는 추세이다.57)
 

뇌호흡수련법이나 뇌교육학은 ‘뇌’가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추세와 맞아 떨어졌기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측면이 크다. 곧 20세기 후반에 들어 서구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국책사업으로 ‘두뇌 연구사업’을 기획,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가며 연구해오고 있었고 그 결과 인공두뇌, 뇌정보 처리, 생물학적 매카니즘 연구, 뇌기능의 공학적 연구 등 뇌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의 축적이 있었다. 물론 이는 선도의 상단전 수련법과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다. 현대사회의 두뇌 연구는 뇌의 물리적, 기능적 방면에 집중된 것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연결된 뇌의 기능에 대한 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선도의 상단전 수련법으로서의 뇌호흡수련법이나 뇌교육은 뇌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 결집태인 상단전에 자리한 인간 존재의 본질인 생명력으로서의 ‘일기·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연결된 뇌의 기능에 대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뇌호홉수련법이나 뇌교육학은 뇌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였기에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단학의 등장 이후 선도수련법이 점차 현대화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뇌호흡수련법이나 뇌교육학은 선도 현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주목된다. 물론 단학의 많은 수련법들이 고전적 선도수련법을 현대화한 형태이지만, 특히 뇌교육은 뇌가 강조되는 세계사적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방향 전환을 촉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렇듯 뇌교육은 현대 여러 학문 분야와 접목되고 있기에 얼핏 보기에 고전적인 선도 수련법과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천착해보면 선도 수련법에 다름아님을 알게 된다. 뇌교육의 기본 이론으로 한국선도의 삼원사상이나 지감‧조식‧금촉 수련법이 제시되며58), 무엇보다도 뇌교육을 통해 사람을 위시한 모든 존재의 본질인 ‘생명력’, 곧 일기·삼기에 대한 각성이 생겨나며(성통, 수련), 이러한 각성으로 인해 자신과 전체사회의 생명력을 회복하고자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바뀌게 됨을 강조하는데(공완, 사회적 실천, 홍익인간·재세이화)59) 이는 선도 수련법의 요체인 ‘성통·공완’ 전통에 다름아닌 것이다.
‘뇌교육’이 대중들에게 보급되는 차원을 넘어서 초·중·고등학교 인성교육에까지 도입되기 시작한 사실은 선도수련법의 현대화가 가져온 큰 변화로 이해된다.60) 고답적 선도수련법이 고수되었다면 서구적 교육시스템을 따르는 학교 교육에서 선도 수련법이 수용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선도의 오랜 전통에서 바라볼 때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전적 수련 이론이나 수련법이 답습되다가 현대에 이르러 현대화되었고 이를 통해 대중화나 세계화가 가능해지게 되었으니 한국선도 전통에서 현대의 시점은 전기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10년 무렵 한국선도 수련법은 뇌교육에 머물지 않고 다시 ‘생명전자 수련법’으로 경신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에 이르러서는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으로서의 ‘일기·삼기’에 대한 양자물리학적 접근이 시도되는 면모가 나타났다. 곧 단학 개창 이래 ‘일기·삼기’는 ‘천지기운’, 또는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 등으로 호칭되는 한편으로 양자물리학적 접근 가능성 또한 제시되었는데61), 이때에 이르러 양자물리학 이론과 선도수련의 원리가 결합이 되는 등 좀 더 본격적인 접근이 시도된 것으로62) 이러한 접근법의 변화를 담은 개념이 ‘생명전자’이다.63)

이처럼 한국선도와 과학이 접목되면서 현대화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신영성운동의 특성과도 통한다. 대체로 신영성운동은 과학과 영성이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치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근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전 종교의 세계관은 타당성을 상실했지만, 현대 과학은 이원론적 과학을 넘어서 있기 때문에 첨단 과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우주관과 생명관은 오히려 새로운 영성의 탐구와 합치되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64) 한국선도의 기학적 세계관은 현대 과학과도 합치, 신영성운동이라는 세계종교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과 공조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전자에 대한 과학 이론적 접근과 함께 등장한 생명전자 수련법은 ‘일기·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카드 또는 동영상의 형태의 ‘생명전자 표상’을(<자료1-1-우> 참조) 활용, 한국선도 수련의 원론인 지감·조식·금촉론에 따라 ‘금촉→조식→지감’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수련법이다. 앞서 단학의 수련법이 1980년대 하단전 수련 중심, 1990년대 중단전 수련 중심, 1990년대말 상단전 수련 중심의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살펴보았는데 생명전자 수련은 이를 종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특히 선도수련의 요체인 ‘일기·삼기’를 ‘생명전자’의 형태로서 시각화한 것은 기수련으로서의 선도수련의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낸 의미가 있다.

▲ <자료1'단학'의 기표상

 

이상에서 단학이 선도수련문화의 대중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일차 요인으로서 ‘선도 기학의 현대화’에 바탕한 ‘선도수련법의 현대화’ 요인을 살펴 보았다. 단학은 새로워진 선도 기학에 바탕하여 선도수련법을 현대화해갔는 데 대체로 1980년대 하단전 중심, 1990년대 중단전 중심, 1990년대말 이후 상단전 중심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1990년대말 이후 상단전 중심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고전적 선도수련법을 ‘뇌교육’의 형태로 현대화하였다. 단학의 많은 수련법들이 고전적 선도수련법을 현대화한 형태이지만, 특히 뇌교육은 뇌가 강조되는 시대변화를 적극 수용한 바, 선도 현대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0년대 선도수련법은 다시 ‘생명전자수련법’으로 변개되었다. 이는 앞서의 상단전 중심인 뇌교육 단계를 넘어선 총체적 수련법으로 선도수행의 요체인 ‘일기·삼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선도수련의 본령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 형태이며 특히 양자물리학과의 접목을 통한 현대화가 시도되었다. 이처럼 단학은 선도수련법을 보급하되 시대변화를 반영하면서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선도의 원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시대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수련법을 경신해나가는 유연성을 선도수련문화 대중화의 일차 요인으로 바라보게 된다. 
 

50)정경희,「한국선도의 ‘삼신하느님’」,『도교문화연구』26, pp.51-61 ;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나타난 존재의 생성·회귀론」,『동서철학연구』53, pp.294-299 ;「한국선도 수행의 실제」,『선도문화』12 참조.
51) 우혜란,「신자유주의와 종교의 상품화」,『종교문화비평』13(2008).
52) 정경희,「선도의 약진」,『한국선도의 역사와 문화』, pp.743-744.
53) 정경희,「한국선도 수행의 실제」,『선도문화』12, pp.115-120.
54) 정경희, 같은 글, pp.121-123.
55)정경희, 같은 글, pp.123-124.
56)1990년 12월 한국인체과학연구원(2002년 한국뇌과학연구원으로 개칭)의 설립 이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뇌호흡』(영문판 및 한글판, 1997),『뇌호흡2』(1996),『뇌호흡3』(2000),『뇌호흡』(개정판, 2002),『뇌안의 위대한 혁명-B.O.S』(2007),『뇌파진동』(2008),『뇌교육원론』(2010),『뇌철학』(2012) 등이 연달아 출간되면서 이론 및 수련체계가 정비되었다. 이외에 대중서로『임산부를 위한 태교 뇌호흡』(2002),『아이 안에 숨어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2005),『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2006),『수험생을 위한 뇌호흡』(2007),『5분 뇌호흡』(2007),『뇌파진동으로 기적을 창조한 사람들』(2009) 등도 나왔다. 
57) ‘뇌호흡 수련법’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뇌교육 관련 연구는 1998년 최초의 뇌호흡 수련 효과 검증 연구 이래 주로 효과 검증 연구가 많이 나왔다. 근래에는 요가, 불교명상 등 외국 명상법과의 효과 비교 연구를 통한 효과 검증 연구(“A Comparativ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the Effects of BrainWave Vibration Training, Iyengar Yoga, and Mindfulness on Mood, Well-Being, and Salivary Cortisol”,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2-234713)) 등 좀 더 폭넓은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15년여의 시간을 지나면서 뇌교육은 단순 효과 검증 연구를 넘어서 한국선도의 일분야로서 총체적 학문화의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58) 이승헌,『뇌교육원론』(서울: 한문화, 2010) pp.84-106.
59) 이승헌, 같은 책, pp.78-79.
60) ‘뇌교육’은 2008년부터 ‘뇌교육 해피스쿨’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초·중·고등학교에 도입, 현재 4백여개의 학교에 도입되었다. 도입 결과 집중력 향상과 정서조절을 통한 학교폭력 해결에 효과가 나타나 2009년 ‘뇌교육 해피스쿨’ 프로그램을 도입한 충북 형석고등학교는 2012년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1회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증평 형석고, 학교폭력 근절사례 공모전 우수」,《뉴시스》2012. 7. 31. ).
61) 이승헌,『상단전의 비밀』(서울: 한문화, 1992) pp.16-20 등.

62)이승헌,『두뇌의 힘을 키우는 생명전자의 비밀』(서울: 브레인월드, 2011), pp.26-38.
63)생명전자수련법의 보조수련법으로서 자기 에너지(Magnetic Energy)를 이용하여 기에너지 감각의 터득을 돕는 자기 명상법도 나왔다(이승헌,『자기 명상』(서울: 한문화, 2013)).
64) 시마조노 스스무,『현대 일본 종교 문화의 이해』, 박규태 옮김(서울: 청년사 1997), pp.277-278 ; 노길명, 「신영성운동과 그리스도 신앙」,『사목』268호 참조.
 

 

 현대 ‘선도수련문화’의 확산과 ‘단학(丹學)’ 연재 순서

 <1> 선도의 현대화 단학

 <2>냉전 체제 하에서 남북 모두 선도의 민족주의 노선 거부

 <3>한국 선도의 본령 발현, 선도의 현대화

<4>기학적 접근법, 하늘(천)=밝음(빛)의 실체 밝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