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참석하면 으레 주례사가 하는 말이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할 것을 약속하며…….” 서로 사랑했기에 약속한 결혼, 그러나 콩깍지가 벗겨진 후 파뿌리가 되겠다는 약속은 점점 시들해진다. 부부 간의 소통 부족, 대화 단절의 벽은 높아가고 아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산다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형식적인 부부 관계로 권태기를 느낄 수 있는 시기에 다시 한 번 부부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이 각광받고 있다. 리마인드 웨딩은 결혼식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해주는 TV프로그램과 연예인들이 결혼기념일을 맞아 리마인드 웨딩 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리마인드 웨딩은 가족 간의 사랑을 돈독히 하기 위한 가족 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다.

▲ 서울 일지아트홀(강남구 청담동)에서는 ‘리마인드 소울웨딩’이라는 특별한 웨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일지아트홀]

왜 통하지 못할까. 이제는 뭔가 변화가 필요해

다양한 공연 문화를 창조하는 서울 일지아트홀(강남구 청담동)에서는 ‘리마인드 소울웨딩’이라는 특별한 웨딩을 선보이고 있다.

소울웨딩은 영혼(soul)의 결혼식이라는 의미로, 서로가 삶의 동반자임을 확인하고 부부로서 다시 태어나는 결혼이다. 일지아트홀에서는 지난해 7월 24일을 시작으로 올 6월까지 부부 15쌍을 대상으로 리마인드 소울웨딩을 거행했다.

올해 결혼 21년 차에 접어든 최행심 씨는 남편과 그동안 불신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아이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최행심 씨는 부부생활의 전환점으로 리마인드 소울웨딩을 선택했다.

“미움과 분노의 감정 속에서 서로 포기하고 살아왔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변화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면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날 이해 못 해준다고 원망만 했지 사랑받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미처 몰랐다. 리마인드 소울웨딩을 통해 서로 사랑과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 리마인드 소울웨딩의 프러포즈 장면 [사진=일지아트홀]

결혼한 지 11년 된 전수아 씨는 남편과 거의 대화 단절 상태였다.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전수아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기계를 좋아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다. 서로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한 가지를 의논할 때마다 서로 티격태격했다.

“정말 말이 안 통하고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서운함으로 가득했다. 그때 리마인드 소울웨딩을 알게 되고 통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식 당일 날 새벽에 남편에게 편지를 쓰면서 눈물이 나왔다. 남편이 나한테 원했던 건 따듯한 아내의 역할인데 내가 그 사람한테 너무나 무심했다. 내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바라보니까 그 사람의 마음이 보였다.”

리마인드 소울웨딩은 배우자를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지난 5월 리마인드 소울웨딩을 한 성보훈 씨는 “웨딩을 하면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면서 아내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나와 함께 해준 사람이고 고마운 동반자다. 아내에게 편지를 쓰면서 울컥하기도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을 서약합니다.

리마인드 소울 웨딩에서는 홍익 가정 서약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부부는 자녀와 함께 서약서를 읽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다짐한다. 홍익 가정 서약서의 내용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사랑을 실천하여 힐링 패밀리(Healing Familly)를 만든다,’ ‘자녀를 바르게 지도하여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이다.

성보훈 씨의 아내 최순남 씨는 아이들과 같이 홍익 가정 서약문을 읽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서약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리마인드 소울웨딩에서는 부부가 자녀와 함께 홍익가정 서약서를 읽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다짐한다 [사진=일지아트홀]

리마인드 소울 웨딩의 과정은 한편의 공연과 같다. 신랑신부와 하객을 위한 특별 맞춤 공연이 있고,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다. 부부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프라우드 케이스(Proud Case, 프러포즈를 위해 준비한 선물)를 주고받으면서 그동안 서로 못다 한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부분에서 참석한 하객들은 함께 공감하고 감동한다.

리마인드 소울웨딩의 주례를 맡았던 성배경 씨는 소울웨딩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보통 결혼이 육체와 육체의 만남이라면, 리마인드 소울웨딩은 영혼과 영혼의 만남이다. 그래서 소울 웨딩이라고 한다. 결혼의 목적은 영혼의 성장과 완성에 있다. 힘들었던 부분도 많지만, 리마인드 소울웨딩으로 영혼의 성장이라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면, 부부간에 많은 갈등이 녹아내리고 파트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해에도 수많은 부부가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한다. 권태기에 이른 부부, 소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부, 이혼의 위기에 있는 부부가 있다면 리마인드 소울웨딩은 행복을 향한 값진 선택이 될 것이다. (일지아트홀 문의 : 02-2016-3355)

< 리마인드 소울웨딩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