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없다니?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앞서는 우리나라가 질병 바이러스에는 오히려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럴수록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메르스를 막더라도 언제든 창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호흡곤란과 함께 신장 기능이 빠르게 저하되어 생명에 치명적이다. 2003년 아시아에서 창궐하여 세계로 확산된 사스(SARS)의 치사율이 10%인데 반해 메르스(MERS)는 치사율이 42%나 된다. 지난 16일까지 23개국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해 46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제약 업체가 뒤늦게 메르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DNA백신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욱 필요한 백신은 서로 돕는 시민의식, 홍익(弘益)이 아닐까?

최근 평택대학생들의 나비캠페인이 화제다. 이들은 지난 9일과 12일 오전 8시부터 2시간씩 평택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무료로 나눠주며 메르스 예방운동에 나섰다.

평택시사신문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학교의 재활복지학과 4학년 이봉욱 학생이 처음으로 제안, 11명의 대학생이 동참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운동이라는 점이 놀랍다. 이들은 조금만 움직임이 메르스를 막는 큰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비효과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평택은 메르스 첫 진원지라는 ‘불명예’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삼은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시민의식은 메르스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와 불안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다.

지난 12일과 15일, 부산에서 마스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주)엠씨가 유통업체 팜피앤피와 공동으로 마스크 4,000개를 금정구청과 부산시청에 보냈다. 메르스 사태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대문구청 다목적강당에서는 서울 동대문구청 직원과 시민이 헌혈했다.

메르스와의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위해 기부와 격려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는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일이면 국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앞으로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관군을 돕는 의병에 달렸다. 많은 시민과 대학생들이 그 몫을 하리라 믿는다. 2천 년 동안 많은 위기를 극복한 단군의 후예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