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사랑하는 티베트 스님 사쿙 미팜. <플래닛> 매거진에서 ‘세계적인 선각자’라고 극찬한 그가 명상을 달리기에 적용하여 마음을 훈련하는 데 특화된 독특한 달리기론을 선보인다. 움직임은 몸에 이롭고, 고요는 마음에 이롭다. 명상이 결합된 달리기는 영혼을 고요하게 하고, 몸에 생기를 주며,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저자 사쿙 미팜은 세계적인 영성가 쵸걈 트룽파의 아들로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영적 지도자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친 명상 공동체 ‘샴발라’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이다. 한마디로 수많은 제자를 둔 티베트 스님이라는 얘기다.

스님은 그야말로 달리기 마니아다. 해외에 나가 하루 16시간이 넘는 행사를 진행할 때도 새벽에 1시간 먼저 일어나 달린다. 발바닥에 11cm짜리 물집이 생겼어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 번개가 내리치고 우박이 쏟아져도 달린다. 해발 3.9km에 달하는 고산지대에서 달리다 고산병에 걸려도, 눈이 허리까지 쌓인 날에도 눈밭을 헤치고 나가 달릴 정도다. 틈만 나면 달리고, 틈을 내서 달린다.

다만, 달리되 그냥 달리지 않고 자신의 전공인 명상을 전공하며 달린다. 러너(runner)들 가운데 달리기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 역시 달리기에서 정신적인 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명상을 적용한 달리기는 정신적인 성장에 특화된 달리기이자, 정신의 성장을 통해 달리기 자체의 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달리기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무리해서 뛰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달리기 능력을 모르기도 하거니와 치열하게 달리는 게 좋다는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무리는 낙상과 부상을 부른다. 스님은 “공격적으로 임하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부드러운 몰입’을 권한다. 털을 고르는 호랑이처럼 순간을 만끽하며 부드럽게 달리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호랑이의 달리기, 사자의 달리기, 가루다의 달리기, 마지막으로 용의 달리기 등 4단계의 달리기가 소개된다. 호랑이의 달리기는 앞에서 말한 부드러운 몰입의 달리기다. 사자의 달리기는 부드럽게 몰입하여 달리는 경험의 생생함을 누리는 것이다. 볼을 스쳐 지나는 바람, 새벽의 차가운 공기, 화사한 햇살, 싱그러운 초록을 알아차리며 기쁨을 만끽하는 황홀한 달리기다. 그 아름다운 세계와 자기가 이어져 있음을 자각하며 자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다. 가루다(사람을 팔을 가진 상상 속의 새)의 달리기는 도전이다. 용의 달리기는 상상력의 힘을 발휘되는 달리기다.

인생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도전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는 삶의 자세를 저자는 ‘전사의 길’이라 부른다. 전사의 길에 들어선 자는 호랑이, 사자, 가루다, 용의 단계를 거치며 이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만큼 용감해진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러너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담당한 용기,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인생에 대한 사랑으로 길 위에 선다. 끝내는 그 모든 걸 경험하고야 만다. 인생과 달리기의 길 위를 달리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끝없는 영감을 줄 것이다.


사쿙 미팜 저 ㅣ 불광출판사 ㅣ 255페이지 ㅣ 12,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