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함께 보기] 클릭 ㅣ 인격자의 삶,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의 실천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특별한 이름의 영재학교가 개교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이다. 과학이나 수학영재가 아니라 ‘인성(人性)’이 뛰어난 영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게다가 세종대왕도 단군할아버지도 아닌 ‘벤자민’ 학교다.

고교 1년 과정으로 교실, 시험, 숙제, 성적이 없는 대신 학생 스스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실행한다. 우리나라 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는 지난해 1기에 27명, 올해 2기에는 500여 명이 입학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이쯤 되면 더 궁금해진다. 이런 혁신적인 학교 이름을 수식하고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어떤 사람인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설립자로 학교명을 정한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은 <프랭클린 자서전>(한문화)의 추천사를 통해 벤자민 프랭클린을 이렇게 설명했다. “20대의 나이에 ‘인격완성’이라는 놀랍고도 원대한 삶의 목표를 세운 인물이다."

미국인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열일곱 형제 중 열다섯 번째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막내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은 2년밖에 받지 못했다. 열 살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열두 살에는 형의 인쇄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집안 막내아들이 뭐가 그리 대단했길래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 학교 이름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앞서 이 총장이 설명했듯, 20대에 자기 삶의 목표를 ‘인격완성’에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13가지 덕목(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을 정해 매일 자신의 삶을 점검했다.

결과는 놀랍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국부(國父)’라 불린다. 미국에서 가장 큰 화폐인 100달러짜리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번개를 관찰해 전기의 원리를 발견해 피뢰침을 발명했다. 독학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스페인어를 했고 프랑스 대사로 활약하며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독립혁명의 주역으로 미국독립선언문 작성에 참여했다. 미국 최초의 공공도서관을 세웠고, 대학과 병원 설립에도 앞장섰다.

이 총장은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인격완성’의 꿈을 가졌기에 진정한 거인(巨人)이 되었다”며 "처음부터 정치인이나 외교관, 발명가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누구보다도 존경받는 정치인, 외교관, 출판인, 저술가, 발명가, 과학자로 다양한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 미국 100달러의 주인공 '벤자민 프랭클린'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후세 사람들에게 부자로 살다 죽었다는 말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닌 것이 정규교육의 전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된 것은, 시키는 대로 배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삶을 발전시켜 널리 이로운 세상을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 현실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조기교육 열풍으로 갓난쟁이들까지 영어 사교육을 받는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 선행학습을 하여 국제중, 특목고를 가야 한다는 공식도 존재한다. 나라는 인격을 완성하기에 앞서 국·영·수를 중심으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문을 연 것은 이런 잘못된 교육 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 총장의 뜻이 담겨있다. 이 총장은 교육에도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능이나 능력을 키우기 전에 인성을 기르는 게 먼저”라며 “인성교육은 출세나 직업선택을 위한 지식이나 기술교육과 달리 모든 교육의 근원이 되는 뿌리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장은 “인간은 하나의 직업이나 인격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창조하며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며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인격완성을 목표로 시간과 공간의 주인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실험하며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