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 어려울 때 의존할 사람이 없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일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를 보면 한국은 올해 27위로 작년보다 두 단계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34개 OECD회원국과 러시아·브라질을 포함하여 진행됐다. 이 ’더 나은 삶의 지수‘는 OECD가 주거, 소득, 직업, 교육, 환경,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다.

한국의 교육과 안전은 OECD 국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나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 총 11개 지표 가운데 사회적 연계를 포함해 절반에 가까운 5개 지표에서 OECD 국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에서 36개 조사대상국 중에 꼴찌다. 사회적 연계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뜻하는데 우리나라는 72%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 88%에 비교하면 16%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이 비율은 89%이다.

사회적 연계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지표가 소득이다. 한국인의 삶은 ‘소득’(24위), ‘직업’(16위) ‘주거’(20위)로 OECD 회원국 중 중간 수준에 속한다. 인구 1인당 연간가처분소득은 1만9,510달러로 OECD 평균 2만5,908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인구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6배를 넘어 소득격차가 심각하다.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연령인구의 64%가 일하고 있는데 이는 OECD 평균 65%를 밑돈다. 취업률은 남성이 75%, 여성이 54%이다. 일본은 생산연령인구의 72%가 일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남성이 81%, 여성이 62%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36개국 가운데 33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노동자의 비율은 한국이 18.7%이다.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40.9%), 멕시코(28.8%), 일본(22.3%) 등이다.
우리나라는 건강 31위, 환경 30위.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5.8점(10점 만점)으로 OECD 평균 6.6점보다 낮다. 장시간 일은 많이 하면서 삶을 여유롭게 살지 못 하는 한국인의 실상을 OECD 지표가 보여준다.
이 지표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위권에 속하는 지표를 먼저 상위권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30위권에 있는 사회적 연계, 일과 삶의 균형, 건강을 개선하는 데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소득 격차 해소에 노력을 배가하여야 한다. 학계 연구 자료를 보면 소득불평등이 높을수록 자살률, 이혼율, 우울증은 높아지고, 합계출산율과 결혼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은 1990년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이후 다소 안정 추세를 보이다가 2010년부터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OECD의 이번 자료는 이러한 추세를 재확인해준다. 미봉책으로 대응하다가는 갈수록 소득격차가 확대되어 소수의 부자계층과 다수의 빈민계층으로 양분될 지도 모른다.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득불평등 해소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 전에 대비해야 한다. 소득불평등이 해소되면 그에 따라 자살률, 이혼율, 우울증이 감소한다. 자살방지대책, 이혼방지대책, 우울증 대책을 별도로 세울 일이 아니다.

OECD 발표 자료를 본다면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어야 할지 명확해진다. 국민이 더 나은 삶은 살도록, 행복해지도록 정책 기조를 전환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