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970년대말․1980년대초 이후 단학이 선도수련문화의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일차적인 요인으로 선도 전통을 현대화하였던 점을 들었다. 한국선도 전통에서 바라볼 때 단학이 주목되는 이유는 물론 현대에 등장한 수많은 선도수련단체들 중에서 가장 크게 세를 확장하여 한국선도를 대표하는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선도 전통의 현대화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단학이 선도전통을 현대화한 면모는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될 수 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점으로 한국선도의 요체인 ‘선도 기학’을 현대화한 측면을 들 수 있다.

▲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의 오랜 선도전통에서는 모든 존재의 본질로서 ‘일(一), 한, 하느님’을 제시하고 이를 이루고 있는 세 차원(삼원)으로 ‘천·지·인 삼(三), 삼신(三)’을 제시한다. 이는 ‘일·삼, 삼신하느님’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종래 다양한 해석법이 있어왔는데, 단학에서는 이를 기학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차이를 보였다. 곧 천‧지‧인 삼원을 기에너지의 3대 요소로서 설명하였는데 ‘천기(天氣)=정보의식(정보·의식의 속성은 무(無)·공(空)이기 때문에 무·공으로 표현되기도 함), 지기(地氣)=질료·물질, 인기(人氣)=기에너지’라는 해석이나 ‘천기=빛(光), 지기=파동(波), 인기=소리(音)’로 설명하였다.40) 곧 ‘천기=정보의식=빛, 지기=질료=파동, 인기=기에너지=소리’라는 기학적 관점으로 기존의 해석법과 차별화되는 대단히 새로운 해석법이자 특히 선도에 양자역학 등 물리학을 연동시키는 고리를 만든 이론으로 크게 주목된다.
 

흔히 기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에너지’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보·의식’이나 ‘질료·물질’까지도 포함, 존재하는 모든 것을 기로 바라본 것이니, 천·지·인 삼원은 모두 기이며 단지 기의 형태만 다른 것으로 인식되었다. 기는 ‘천기(정보의식, 빛) ↔ 인기(기에너지, 소리) ↔ 지기(물질, 파동)’의 순으로 밝고 가벼운 차원과 어둡고 무거운 차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처럼 단학에서는 ‘일·삼, 삼신하느님’의 실체를 기, 곧 ‘일기·삼기’로 바라보았는데, 보다 쉽고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 ‘천지기운’, ‘생명전자’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41)
 

단학에서는 ‘일기·삼기’의 속성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해석을 하였다. 종래 일기·삼기의 속성을 ‘무선악(無善惡)‧(무청탁(無淸濁)·무후박(無厚薄))’이라는 고전적인 해석이 있어왔다. 단학에서는 ‘일기·삼기’가 무심한 기에너지일 뿐으로 치우침이 없다는 의미에서 이를 ‘무아(無我), 무, 공, 0점’ 등으로도 해석하며 더 나아가서는 이것이 어떠한 사(私)적인 치우침도 없는 ‘공(公), 전체(全體)’의 속성을 지닌다는 의미에서 ‘공전을 우선한 자전, 공평을 우선한 평등, 구심력을 우선한 원심력’으로도 해석, 선도 기학의 심오한 깊이를 드러내었다.42)
한국선도에  단학의 기학적 접근법은 한국사 연구에도 기폭제가 되었다. 먼저 ‘일기·삼기’적 인식은 한국 상고·고대사에서 널리 등장하는 ‘하늘(천)=밝음(빛)’ 신앙에 대한 획기적인 시각의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곧 단학의 해석법에 의하면 ‘일·삼, 일기·삼기, 삼신하느님’은 형태상 ‘미세한 소리와 파동을 지닌 빛’이니 이것이 한국 상고·고대사에 널리 등장하는 ‘하늘(천)=밝음(빛)’의 실체임을 밝힐 수 있었다.43)
 

다음 한국의 구비설화나 민간전승, 또 선도서 등에 널리 등장하는 ‘마고(마고할미, 삼신할미, 마고여신)’도 선도 기학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이자 법칙인 ‘일기·삼기’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44) 종래 한국사속의 마고 전승들은 ‘하늘(천)=밝음(빛)’ 사상과 분리된 채 별개의 지모신(대모신) 신앙 정도로 인식되어왔는데 선도 기학의 관점을 통해 마고사상은 ‘하늘(천)=밝음(빛)’ 사상의 일종으로 수렴될 수 있었다. 또한 단학에서는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인 ‘일기·삼기’가 북두칠성 근방에서 시작된다고 봄으로써 한국 상고 이래의 오랜 북두칠성(칠성) 신앙 역시 선도 기학의 일종으로 조명하였다.45) 
 

이상에서 단학이 한국선도의 요체인 ‘일·삼, 삼신하느님’을 ‘일기·삼기’로 바라봄으로써 한국 상고·고대사나 민속·무속 등에 널리 등장하는 ‘하늘(천)=밝음(빛)’ 사상, 북두칠성사상, 마고사상 등 다기한 계통의 선도 전통을 하나로 종합할 수 있었음을 살펴 보았다. 단학의 ‘일기·삼기’의 관점은 한국 상고․고대사, 특히 사상·종교사 방면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학에서는 ‘일기·삼기’를 대체로 아래와 같은 형태의 기표상으로 도상화하여 사용해오고 있다. 먼저 일기는 대체로 동심원(소용돌이)형 또는 약동하는 원형으로 표현되었다.(<자료1-1>) 다음 삼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양인 삼태극형 또는 삼족오형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거나(<자료1-2-좌·중>) 아니면 대종교의 천·지·인 표상인 원·방·각형을 가져와 약간의 변형을 주어 사용하기도 했다. 원·방·각형 위쪽에 배치된 약동하는 원형은 일기 표상이고 그 아래에 배치된 원·방·각형은 삼기 표상이니 일기가 곧 삼기라는 의미이다.(<자료1-2-우>)
또한 단학에서는 존재의 본질인 ‘일기·삼기’가 펼쳐지고 어우러져 현상의 물질세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일·삼·구론’(‘기‧화‧수‧토‧천부론’, ‘삼원오행론’) 등으로 설명하는데, ‘일기·삼기’가 ‘구기’라는 9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쳐(‘일·삼·구론’)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5대 원소인 ‘오기’로 화하여 현상계(물질계)를 만들어내게 된다는(‘기‧화‧수‧토‧천부론’ 또는 ‘삼원오행론’) 것이다.46) 이를 표현한 기표상으로 오기 표상과 구기 표상도 있다. 중앙의 일기·삼기가 현상의 물질계를 이루는 4대 원소로 분화되는 과정을 표현한 오기 표상(<자료1-3>), 현상의 물질계를 구성하는 4대 원소를 다시 각각의 여(呂)‧율(律)(음·양의 한국선도적 표현)로 나눈 구기 표상도 있다.(<자료1-4>)

<자료1> ‘단학’의 기표상47)

▲ <자료1> ‘단학’의 기표상

 

단학의 이 표상들이 의미있는 이유는 이들이 한국 상고 이래 각종 제천의기(祭天儀器)나 신성표상물로 널리 사용되어 오던 기표상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표상물의 원류는 동아시아 상고문화의 원류인 홍산문화의 제천의기나 사제왕의 권장류(權杖類) 등이다. 이들 기표상물은 홍산문화를 직접적으로 승계한 한반도‧만주 일대는 물론 중원 일대, 일본 열도 일대를 막론하고 동아시아 일원으로 널리 전파, 동아시아 신성 표상물의 원형이 되어오고 있다.48) 이중에서 한반도․만주 일대, 곧 한국사에 나타난 기표상물들을 아래에 제시하였는데, 이들을 ‘단학’ 기표상의 원류로 바라보게 된다.(<자료2>)

<자료2> 홍산문화 이래 한반도ㆍ만주 일대의 기표상49)

 

 

이상에서 단학의 기표상들이 동아시아 상고문화의 원류인 홍산문화 이래 한반도ㆍ만주 일대로 전해진 기표상물 전통, 더 정확하게로는 한국선도의 기학 전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살펴 보았다. 삼국시대 이후 한국선도의 침체 과정에서 한국선도 기학의 원의미가 잊혀지고 민속·무속 등 다양한 형태로의 곡해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오랜 시대의 격간을 뛰어넘어 선도 기학이 회복되고 있음은 한국선도 전통에서 대단히 큰 변화이다. 이렇게 한국선도 기학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정립됨으로써 한국선도는 새로운 발전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40) 이승헌,『힐링소사이어티를 위한 12가지 통찰』(서울: 한문화, 2001), p.118, p.120 ;『숨쉬는 평화학』(서울: 한문화, 2002), p.143.

41)정경희,「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나타난 존재의 생성·회귀론」,『동서철학연구』53, p.280.
 42) 정경희,「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으로 바라본 일본신도」,『비교민속학』44, p.436.
43) 정경희,「동아시아 ‘천손강림사상’의 원형 연구 -배달고국의 ‘북두(삼신하느님) 신앙’과 천둥번개신(뇌신) 환웅」,『백산학보』91, p.11 ; 「신라 ‘나얼(나을, 나정)’ 제천 유적 연구」,『진단학보』119, p.60 ; 「신라 ‘나얼(나을, 나정)’ 제천 유적에 나타난 ‘얼(井)’ 사상」,『선도문화』15, p.58.
44)정경희,「《부도지》에 나타난 일․삼론」,『선도문화』2(2007);「한국선도와《징심록》」,『선도문화』14(2013) 참조.
45) 정경희,「동아시아 ‘북두-일월’ 표상의 원형 연구」,『비교민속학』46 ; 「동아시아 ‘천손강림사상’의 원형 연구 -배달고국의 ‘북두(삼신하느님) 신앙’과 천둥번개신(뇌신) 환웅」,『백산학보』91 참조.
46) ‘일기·삼기’는 명백한 삼원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현상화하는 과정은 ‘여‧율(음·양의 한국선도적 표현)’ 이원적 분화 방식에 의한다. 곧 ‘일기·삼기’는 이원적 분화 과정, 곧 ‘1기(3기) → 2기 → 4기 → 8기’의 과정을 거쳐 물질로 화하게 되는데, 창조의 출발점인 ‘일기·삼기’와 창조의 결과 생겨난 ‘8기’를 합하면 ‘9기’가 되니 이른바 ‘일·삼·구론’이다. ‘일·삼·구론’은 ‘기‧화‧수‧토‧천부론’이기도 하다. 곧 ‘1기(3기) → 2기 → 4기 → 8기’의 과정은 마고신화에서 ‘마고 → 궁희·소희 → 4천녀 단계(여(呂) 단계) → 4천녀·4천인 단계(여(呂)‧율(律 )단계)’로 표현되고 있는데, 최종 단계의 ‘4천녀·4천인’(4쌍의 ‘여‧율’)은 물질계를 구성하는 4대 원소인 ‘공기(氣)·불(火)·물(水)·흙(土)’이다. 여기에서 ‘일기·삼기’를 ‘천부(天符)’로 개념하고 ‘기·화·수·토 4대 원소’를 합하면 ‘기·화·수·토·천부 5기(5행)’이 된다. ‘기·화·수·토·천부론’에서 ‘일기·삼기’는 ‘천부’로 호칭, 여타 물질계를 구성하는 원소인 기‧화‧수‧토의 차원과 분명히 구별되었다. 본질인 ‘일기·삼기, 천부’에서 현상의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기·화·수·토 4대 원소’가 파생되고 이들이 어우러져 물질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이를 ‘삼원오행론(三元五行論)’으로도 개념화할 수 있다.(정경희,「《부도지》에 나타난 일․삼론」,『선도문화』2 ; 「한국선도의 ‘삼원오행론’-‘음양오행론’의 포괄」,『동서철학연구』48 ; 「중국의 음양오행론과 한국선도의 삼원오행론」, 『동서철학연구』49 ;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나타난 존재의 생성·회귀론」,『동서철학연구』53 참조.
47) 왼쪽으로부터, 1기 표상은 단학계 민족종교 선불교의 ‘천부인(天符印)’, 단학의 ‘생명전자’이다. 3기 표상은 한국의 대표문양인 삼태극문, 고구려식의 3기 표상인 삼족오문을 가져온 국학원의 삼족오문, 단학 초기 교기(敎旗)의 일종이다. 5기 표상은 단학 초기 교기의 일종, 9기 표상은 단학 교기의 일종, 뇌호흡수련에 사용되는 뇌회로도 일종이다.(자료 출처 : 정경희,「신라 ‘나얼(나을, 나정)’ 제천 유적에 나타난 ‘얼(井)’ 사상」,『선도문화』15)
48)정경희,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1) - ‘1기’·‘3기’형 옥기를 중심으로-」,『선도문화』11 ;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2) - ‘2기’·‘5기’·‘9기’형 옥기를 중심으로-」, 『백산학보』88 ;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으로 바라본 일본신도」, 『비교민속학』44 ; 「동아시아 ‘북두-일월’ 표상의 원형 연구」,『비교민속학』46 참조.
49)왼쪽으로부터, 1기 표상의 경우 상단은 동심원형(소용돌이형); 홍산문화의 일와옥패 2종, 용형; 옥룡 3종, 하단은 원형;옥벽 2종, 원통형; 통형옥기 3종 및 채도통형기이다. 다음 3기 표상의 경우, 홍산문화의 삼태극옥벽, 3종, 고조선의 삼태극청동패식(내몽고 오한기(敖漢旗) 지역 출토), 가야의 청동삼환령이다. 5기형 표상의 경우, 홍산문화의 5기형 와형옥패, 고조선의 원형유문청동기(익산 출토), 1세기경 파문칠기(전남 광주 출토), 금관가야의 파문청동기, 백제의 와당(수막새)이다. 다음 9기 표상의 경우, 홍산문화의 팔엽옥부, 고조선의 청동팔주령, 고조선의 청동세문경, 백제의 팔엽연화문 벽돌, 고구려 덕화리1호분 천정화, 고구려 안악3호분 천정화이다.(자료 출처: 정경희,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1) - ‘1기’·‘3기’형 옥기를 중심으로-」,『선도문화』11 ;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사상(2) - ‘2기’·‘5기’·‘9기’형 옥기를 중심으로-」, 『백산학보』88)

 현대 ‘선도수련문화’의 확산과 ‘단학(丹學)’ 연재 순서

 <1> 선도의 현대화 단학

 <2>냉전 체제 하에서 남북 모두 선도의 민족주의 노선 거부

 <3>한국 선도의 본령 발현, 선도의 현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