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샌 안드레아스 포스터

땅이 갈라진다. 건물이 눈앞에서 무너진다.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도망친다. 해안가에서는 쓰나미가 덮친다. 규모 9의 강진은 세계 강대국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의 ‘샌 안드레아스 (San Andreas, 2015)’는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재난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 스토리 No
 
할리우드가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슈퍼맨처럼 근육질 남자가 등장하고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하고 어디선가 미국기가 펄럭이고 그렇게 ‘아메리칸 히어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탄 여자는 갑작스럽게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이어 우리의 영웅 LA 소방국 구조대장 레이(드웨인 존슨 분)가 헬기를 타고 등장한다. 레이가 여자를 구할 때만 해도 참 좋았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1,000km대를 가로지르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규모 9의 대지진이 발생한다. 오! 이런, 한 사람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시민을 구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도 가족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레이는 시민이 아니라 가족부터 구하러 다닌다. 이혼 위기에 처한 아내 엠마(칼라 구기노 분)와 외동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분)가 그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영화 가디언(The Guardian, 2006)의 구조요원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 분)이 아니라 납치당한 딸을 구하러 가는 테이큰(Taken, 2008)의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분)에 가깝다. 물론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기도 하지만, 레이가 육지와 바다를 건너면서 찾는 사람은 오로지 그의 딸이다. 이것을 휴머니즘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 영화 샌 안드레아스 스틸
 
# 리얼리티 YES
 
영화의 소재가 되는 샌 안드레이스 단층대는 1904년에 1,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프란시스코 지진의 실제 장소이다. 많은 지질학자가 앞으로 30년 이내에 진도 9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질학자인 로렌스(폴 지아마티)는 “인류 최악의 지진이 곧 닥치고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라고 방송한다. 쓰나미도 발생한다.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블레이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찾는다. 그녀는 영국인 형제들과 함께 다니면서 구조대장의 딸로서 기지를 발휘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물품은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영화의 백미는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극의 전개가 빠르다. 여기서 CG(컴퓨터그래픽)의 생생함이 빛을 더한다. 관객들조차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것은 최근에 일어난 네팔의 대지진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 피난 주민이 33만 명에 달했다. 비록 간접경험이지만 재난에는 예외가 없다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지진이 아니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을 겪고 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The Flu)’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네팔 강진도 지질학자들이 여러 차례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한 점에서 ‘샌 안드레아스’는 재난에 처한 가족들의 구조 분투기로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