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도 인간의 문제다. 통일은 경제체제를 통일하고 정부권력을 통일하고 영토를 통일하는 것도 통일이지만, 사람을 통일하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이념이 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만민평등(萬民平等), 사람 섬기기를 하늘 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이념을 토대로 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밝은’ 민주주의이고 이 책에서 나는 단(檀)민주주의라고 하였다.” 
 
최근 <통일철학과 단민주주의(한누리미디어)> 라는 통일에 관한 연구서를 펴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기획국장 이찬구 박사는 이같이 말했다. 20여 년간 주역, 천부경, 동학을 연구하고 민족운동을 펼쳐온 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단군이념을 바탕으로 한 통일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단(檀)민주주의다. 
 
▲ 이찬구 박사 [사진작가 김정환 제공]
단민주주의의 ‘단(檀)’은 단군, 고조선을 의미한다. 또 단에는 광명(光明)의 뜻도 있다. 그는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동질성 회복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이 극도로 대치하고 이질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단군’은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뿌리이자 공통분모이다. 
 
이 박사는 ‘단군’을 중심으로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양 체제를 통합하는 제3의 과도정부를 주장했다. 제3의 과도정부에 양국 정부가 권한을 위임해 신뢰회복의 과정을 거쳐 ‘홍익통일국가’로 이끌어가자는 방법이다. 천부경(天符經)의 삼태극사상은 양 극단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조화점을 찾아주는 원리이다.  
 
단군시대와 동학사상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이 박사는 단군시대의 홍익철학에서 민주주의 이면을 발견했다. 고려 때 문헌 <고려사>에 전해온 '신지비사神誌秘詞 : 단군의 신하였던 신지가 전한 비사' 에는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 흥방보태평(興邦保太平)’ 이라는 구절이 있다. ‘머리와 꼬리, 즉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고르게 잘 살면 나라를 다시 일으켜 태평한 세상을 보전한다’는 뜻이다.   
 
“수미균평위, 머리와 꼬리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란 상층과 하층,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과 국민, 이 모두를 고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했던 단군시대 정치이념이다. 우리는 단군시대가 어떻게 2천 년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상층과 하층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했던 정치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미균평위는 홍익인간의 실천덕목이었다.”
 
어느 시대에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상태다. 남과 북의 경제적인 격차도 상당히 벌어져 있다. 이 박사는 고조선 시대 ‘수미균평위’의 정치철학을 계승하여 남북 간, 그리고 국가 내부의 불공평한 상황을 해소하고 균형을 이루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남북관계에서 균형발전이 중요한가? 이유는 상생(相生)하는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남북이 현재의 불균형을 유지한 채 통일이 되거나, 상대를 무력화시켜 놓고 일방적으로 흡수통일을 한다면, 그것은 상균(相均, 서로 균형을 유지함)이 아니다. 상균의 핵심 가치는 서로 상대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서로 돕고 함께 사는 ‘한어울림’에 있다.” 
 
단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연원을 동학혁명에 두고 있다. 이 박사는 동학의 가치 중에 만민평등과 사인여천(사람 섬기기를 하늘 같이 하라는 가르침)을 통일운동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으로 한 민주주의를 동학에서 찾은 것이다. 과거 동학은 전라도 지역에 집강소(執綱所, 동학 농민군의 자치적 개혁기구)를 세워 주민자치를 실행했다고 한다.   
 
 
이 박사는 민주주의의 정신은 이미 우리 고유 사상 속에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군의 홍익철학, 천부경의 삼태극, 동학 그 외에도 홍암 나철과 김창숙의 민족적 종교관, 주역의 중정(中正)사상 등이 우리의 통일철학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통일철학은 인간다운 가치를 구현함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간사회를 보다 더 가치 있는 문명으로 진화시키는데 통일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에 의지하는 통일이 아니라, 시민의 민족적 자각에 의한 통일이어야 한다. 
 
“이 땅에 인간다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통일은 더 절실히 필요하다. 물질적인 통일, 체제적인 통일은 인간의 가치에 비하면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싸우면서 사는데 통일이 되면 안 싸울까. 자기 땅을 확보하고 재산을 축재하기 위해 더 싸우게 된다. 인간의 가치가 담보되지 않는 통일은 오래 갈 수 없다. 인간을 바라보는 눈, 인간의 존엄함에 대한 가치와 더불어 통일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