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

 

                                                                                                 박정배 시인

1인 시위를 하는
어느 학생의 슬픈 모습을 보며
시대를 먼저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우리는 통일을
못하는 것일까
안하는 것일까

단군이 폐관(閉關)한 이래
2천년 동안 열국시대를 청산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것은
우리세대들의 지나친 과욕일까

일본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사관에 빠져
위대하고 거룩한 한민족에 대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

남한은 무조건 선(善)하고
북한은 무조건 악(惡)하다는
이분법적인 이념에 빠진 사람들

정치적 경제적 안보적 통일담론으로
역사의식 민족의식이 함몰된 사람들

민족의 시원(始原)과 강역도 모르는 사람들

쥐뿔(민족의 뿌리)도 모르면서
민족통일을 담론하는 것은
자기기만은 아닐까

오늘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을 보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한민족의 정체성를 복원하는 대장정에
작은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5통일박람회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