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신단수가 내려온다. 환웅은 웅녀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올린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신시(神市)-태양의 춤’의 한 장면이다. 극이 전개되는 동안 고조선 문화와 관련이 깊은 홍산문화 유물이 병풍처럼 움직인다. 환웅족과 호족(虎族)의 전쟁은 손에 땀을 쥘 만큼 역동적이다. 말 한마디 나오지 않는 춤극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건국 이야기에 빠져들기에는 충분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 개막식 안무를 맡은 것으로 유명한 국수호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늘과 땅과 소통하는 인간의 모습, 천지인의 홍익사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이 광복 70년을 기념한 작품을 상고사에서 찾은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환웅족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호족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스토리처럼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국가ㆍ민족ㆍ이념 간 대립과 갈등을 풀 수 있는 조화와 상생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고사 콘텐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국학원은 2004년 6월 5일 대전당(본부건물) 개원식을 기념해 상고사 전시회를 개최했다. 마고부터 환웅ㆍ단군 시대까지를 그림과 유물을 통해 흥미롭게 선보였다. 그해 10월에는 개천절부터 일주일간 국립극장에서 순수창작 뮤지컬 ‘하늘의 연인 웅녀’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대학로 30ㆍ40세대의 대표주자로 인정받는 최용훈 씨가 연출을 맡았고 시나리오는 박선자 작가가 맡아서 1년 동안 열정을 다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우리 민족의 시원에 대한 자부심을 전한 최초의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9년 정호일 작가의 소설 『단군왕검』이 출간됐다.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는 선도문화진흥회 주최로 <한민족 역사성화 전시회>가 열렸다. 
 
공수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스토리텔링 주임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군(檀君)을 만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부활하는 프로젝트를 밝힌 바 있다. 고조선을 통치한 47대 단군과 같은 47명의 스토리텔러를 양성해 5년 내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것. 영화 <아바타(Avatar, 2009)>나 뮤지컬 <미스사이공(Miss Saigon)> 등 주로 서양의 문화콘텐츠가 지배하는 문화계에서 한국 고유의 콘텐츠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단군은 곰의 자손이라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TV에 나왔다. 하지만 상고사는 역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설, 미술, 뮤지컬, 춤극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서 재해석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환웅, 웅녀, 단군을 무대를 통해 만나는 세상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꿈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문화콘텐츠가 어디 있으랴? 또한 K-팝이나 K-드라마 등에도 활용된다면 한류의 상품으로도 수출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가브랜드로 홍익인간 정신을 주목했듯이 이제는 상고사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