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백(Bag)’이라 불리는 가방이 있다. 바로 루이비통에서 나온 ‘스피디30’. 루이비통을 처음 사는 사람이 들기에 좋다고 하여 ‘루이비통 입문백’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어째서 3초 백인고' 하니 번화가에 있으면 3초에 한 명씩 그 가방을 들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나면 3초 백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가방값이 무려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고작 가방 하나 값이 어찌 이리 비싸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루이비통이니까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디자인이 특별히 예뻐서 사는 게 아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이유만으로 사는 것도 아니다. '헉' 소리가 나는 비싼 가격이지만 '루이비통'이니까 산다.

▲ LV. 루이비통의 로고. 1854년부터 이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루이비통에 합류한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오래전부터 사용된 이 로고 디자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적"이라고 말했다. 전시관 시작에 설치된 LV로고는 여러 겹의 라이트 패널이 붉은 빛을 내며 시간을 초월한 로고의 의미를 전한다.

루이비통을 주인공으로 한 전시회가 지난 5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열렸다. '루이비통 시리즈 2, 과거-현재-미래'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회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발렌시아가에서 '모터백'을 '잇백(it bag)'으로 만들어낸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꾸몄다. 루이비통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자리를 옮긴 제스키에르가 올봄과 여름 컬렉션을 준비하며 받은 영감을 9개 주제로 나누어 선보였다.

루이비통을 논함에 있어 'LV' 로고를 빠트릴 수 없다. 아니나다를까 전시의 시작은 바로 이 로고였다. LV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첫 이니셜을 따온 것이다. 이 로고는 1854년부터 사용된 도장 마크다. 이후 손자인 가스통 루이 비통(Gaston-Louis Vuitton)이 1908년 공식 특허를 받으면서 루이비통 브랜드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런웨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그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조금 어지러울지도 모르겠다. 깜깜한 방 안에 사방에 거울이 설치되어있고 거울 중간중간 모델들의 얼굴이 비친다. 달이 비치기도 한다. 2014년 10월 1일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2015 봄/여름 여성 컬렉션 패션쇼 런웨이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우리에게 루이비통은 '3초 백'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루이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상징은 바로 '트렁크'다. 바로 여행용 가방이다.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상자 형태의 트렁크를 통해 루이비통은 '여행 정신(spirit of travel)'을 강조한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여행과 창조성, 전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 장인들이 간판 제품인 '쁘띠뜨 말(Petite Malle)'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명품이 명품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작과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비통의 아이템 하나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핸드백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100여 개 이상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니 대단하다. 게다가 전시회 현장에는 실제 장인이 핸드백을 만드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준다. 루이비통은 장인 정신이 깃든 명품이라는 것.

액세서리 갤러리를 통해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액세서리는 의상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의류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여, 의류와 동일한 목적으로 제작한다"고 전했다. 루이비통의 전설이라 하는 오래된 트렁크부터 2015 봄/여름 시즌에 선보이는 신상 핸드백이 한 자리에 소개되었다.

▲ 360도 프로젝션 룸. 2015년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쇼에서 선보인 48개 룩이 펼쳐진다.

명품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입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전시였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은 세계 제1위의 명품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LVMH는 루이비통 외에도 세린느, 지방시, 겐조, 펜디, 태그 호이어, 메이크업 포에버 등 패션 관련 거의 모든 명품을 거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