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털 DAUM 뉴스펀딩에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자'라는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획 프로젝트 <내 맘대로 '뇌' 맘대로>입니다.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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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498)

시험, 회의 혹은 중요한 사람과의 미팅을 앞두었을 때, 어떤 상태인지 떠올려보라. 긴장하거나 떨려서 움츠려들거나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럴 때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의 쫄쫄이라도 입으면 좀 가슴이 펴질 것 같지 않을까?

그런데 즉석에서 우리도 슈퍼히어로가 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파워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 원더우먼과 슈퍼맨, 당당한 영웅들의 파워포즈를 해보자. 자신감이 솟는다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Super hero)들은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등장한다.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일상에서는 조금 찌질해 보이던 주인공이 히어로 복장과 함께 그 포즈만 지으면 갑자기 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웅장한 음악과 번쩍거리는 배경이 어우러져 '나 영웅이오!'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뿜어내면서 말이다.

실제로 이런 포즈를 하는 것만으로 실제 우리의 뇌가 '당당함'을 인식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에이미 부교수 연구팀은 단 몇 분 간 원더우먼(남자는 슈퍼맨이겠죠)의 '파워포즈(high-power posing)'로 서있게 했다.

실험에서 하게 했던 ‘파워 포즈’는 한국 사회에선 다소 건방질 수 있는 동작이기도 하다. 책상에 한 손을 짚고 서거나 기댄 자세,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손은 목 뒤로 깍지 낀 자세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그런 자세만으로도 몸속의 화학상태가 극적으로 변화했다. 이 사람들은 자신감과 권력의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20%나 상승하였고, 반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티솔이 25%나 감소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힘이 있다고 느껴진다.", "위험에 대해 더 큰 용기가 생긴다."라고 답했다.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양 손을 양 쪽 옆구리에 얹은 '파워 포즈'로도 좋은 효과가 있다.

유기화학 박사이자 심신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데이비드 해밀튼 박사는 최근 그의 뉴스레터를 통해 "기본적으로 우리의 근육은 뇌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행복을 느끼면 미소를 짓습니다. 얼굴 근육이 뇌의 감정적 영역에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이 반대로도 작용한다는 것을 모릅니다. 몸의 특정한 방식은 우리가 느끼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웃음 치료와 같은 것이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웃음은 정말 신경학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생산합니다. 대신 그냥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이 실험의 원리를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했던 에이미 교수는 "실제로 그렇게 될 때 까지 그런 척하세요(Fake it ‘till you make it). 이 연구가 무력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세에서도 그런 것이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선택하고 그런 태도를 취하면, 우리 뇌가 느끼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그렇게 훈련하는 것은 뇌를 잘 활용하는 아주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뇌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뇌는 두피와 두개골, 수 겹의 뇌막 등으로 싸인 첩첩 골짜기 안에 있다. 그래서 감각 기관에서 전해주는 신경신호에 의존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한다. 그러니까 그 신경신호에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면 뇌가 그대로 접수한다는 얘기이다.

▲ 뇌는 두피와 두개골, 수 겹의 뇌막 등으로 싸인 첩첩 골짜기 안에 있다

어떻게 생각만으로 뇌가 현실로 받아들일까 싶을 것이다. 파스쿠알-레온 박사의 연구진은 네 집단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5일 간 피아노를 배우게 하고 연구를 했다. 첫 집단은 매일 두 시간 씩 한 손으로 치는 곡을, 두 번째 집단은 자유롭게 피아노를 쳤다. 세 번째 집단은 피아노는 손대지도 않고 첫 번째 집단이 연습하는 것을 관찰하고 배우게 했다. 머릿속에서만 피아노를 친 것이다. 네 번째는 대조군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실제로 피아노를 친 첫 번째 집단과 그것을 보고 생각만으로 연습한 세 번째 집단의 신경망은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세 번째 집단은 마치 피아노 건반을 손가락으로 치는 것과 같이 주의를 집중하여 특정 신경회로를 자극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연결이 견고해졌다. 생각만으로 신경 회로가 바뀐다! 이렇게 피아노를 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고 5일 간 두 시간 씩 '훈련'했던 것의 놀라운 결과이다. 뇌활용의 주요 요소가 될 만하다. 이 실험은 1995년 <신경심리학회지 Journal of Neurophysiology>에 실렸다.

뇌는 이 실험에서 실제 피아노 건반을 터치하는지 아닌지를 검증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으로 집중하여 훈련한 것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즉 우리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집중, 훈련한다면 물리적으로도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뇌를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4편)과 호흡(7편), 명상(8편) 등을 소개해 드렸다. 활용이라는 것은 목적을 위해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뇌를 잘 쓰기 위해서는 '선택(selection)'과 '훈련(instruction)'도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편에서 선택을 잘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