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고종황제가 환구단 천제에서 사용한 유물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광복 70년을 기념하여, 환구단(사적 제157호)과 ‘황제국의 상징, 환구단과 환구제’ 전시를 오는 5일부터 12월 말까지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우리나라의 제천문화는 단군조선을 시작으로 부여의 영고(迎鼓), 예의 무천(舞天), 고구려의 동맹(東盟), 신라의 신궁제사(神宮祭祀), 고려의 팔관회(八關會)로 계승됐다. 이때까지는 나라가 주관했다. 그러나 조선이 중국에 조공하고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채택하면서 천제문화는 끊긴다. 이후 고종이 천제단인 환구단을 세우고 천제문화를 부활한 것. 
 
고종은 대한제국의 수립을 준비한다. 1897년 현재의 웨스틴 조선호텔 일대에 환구단을 세우고 이곳에서 황제 즉위식을 거행했다. 당시 고종의 환구단 건설과 환구제 복원은 중국과의 단절과 자주독립국의 수립을 상징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 유물 중 황천상제(皇天上帝, 하늘 신), 황지기(皇地祇, 땅 신),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 등의 신위를 황궁우(皇穹宇)에 봉안할 때 사용한 ‘신위병풍〔신의(神扆)〕’을 비롯해 각종 제기 등의 유물이 환구단과 환구제에서 사용되었던 의례용품임을 밝혀내고 국민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신위병풍’은 대한제국을 수립하면서 만든 의례서인 ‘대한예전’에 실린 ‘신의’ 도설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나무에 붉은 칠을 한 곡병으로, 용·봉황·모란 등의 무늬를 새겼으며, 각 모서리의 용머리 장식과 맞물린 부분을 보강하는 쇠붙이인 장석은 도금을 해 품격을 높였다. 
 
▲ 위 신위병풍이고 아래 왼쪽부터 환구제의 축문을 올린 축판과 '구(丘)'자 글시가 있는 제기들(사진=문화재청)
 
아울러 ‘환구축판’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환구제의 축문을 올려놓는 나무판인 ‘축판’과, 붉은색으로 ‘구(丘)’ 자를 적어 넣은 제기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을 행할 때 사용된 다양한 그릇과 도구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촬영된 환구단의 사진과 현재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대일항쟁기 황궁우와 삼문 등을 제외한 시설 대부분이 헐린 환구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환구단의 원형과 대한제국기 최고의 위상을 지닌 국가의례인 환구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고궁박물관 1층 ‘왕실의 의례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무료로 운영된다. 국립고궁박물관 야간 특별관람 기간에는 밤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