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시골 초등학교에는 책 읽는 소녀상이 서 있었다. 여러 위인상도 있었지만, 유독 눈에 띄었다. 졸업하기까지 매일 봤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고 읍내 도서관에 갔다. 그곳에는 소녀들이 많았다. 책 읽는 소녀가 어느새 나의 이성상이 되었다는 것.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또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의 영향이 컸다. 소년 이츠키가 소녀 이츠키에게 건넨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 일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 도서관과 서점을 가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나를 발견했다.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을 취재하게 되면 도서관 구경부터 하는 것을 보면, 어릴 적에 만난 소녀상이 멘토였던 셈이다.

오늘은 ‘세계 책의 날’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지난 1995년에 제정했다. 4월 23일로 정한 것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에서 유래한다. 특히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매년 5개 대륙을 안배해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시가 아시아에서 3번째로 선정됐다. 내년까지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한 달에 책 한 권도 되지 않는다. 서적 구입비도 매년 줄고 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도움이 될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힘이 없다면 저자의 주장만 읽고 끝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는 것처럼 반쪽짜리 독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명상’이다. 명상은 여러 연구에서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키워준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사고능력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라고 한다. 명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면 그것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신경세포 연결이 좋아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으로 메타인지를 꼽는 이유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및 국학원과 해피스쿨 협약을 체결한 대전 문지중학교는 매일 아침 10분간 뇌체조와 명상을 한 후 독서를 한다. 학생들이 마음이 안정되니 독서가 훨씬 효율적이 되었다는 것이 학교장의 말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청소년 독서율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지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안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오로지 ‘대학 입학’이라는 스트레스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들에게 독서는 시험 과제중의 하나이고 도서관은 학습열람실이 된지 오래다. 그러니 성인이 되고 독서와 담을 쌓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의 뇌에 행복호르몬(세로토닌Serotonin)이 활성화될 수 있는 명상으로 독서습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