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뇌는 어떻게 고통을 느낄까?
과학자들이 최초로 아기의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지도를 밝혀냈다. 결과는 놀랍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대상으로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경로를 알아냈다. 타임(Time)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신생아의 뇌에는 아직 통증 수용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거나 꼬집었을 때 아기들이 하는 반응을 단순히 근육 반응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 아기의 뇌도 어른의 뇌와 마찬가지로 통증을 느낀다

옥스포드대 소아신경촬영과 부교수인 레베카 슬래터가 이끈 연구팀은 태어난지 1~6일된 신생아 10명을 대상으로 fMRI 촬영을 진행했다. 연구팀이 신생아의 발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누르자, 신생아의 뇌는 활성화되거나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인에게도 통증을 주고 뇌 영상이미지를 촬영했다. 통증을 주었을 때, 성인의 뇌는 20개 부분이 활성화되었고, 신생아는 18개 부분에서 활성을 보였다. 슬래터 교수는 “신생아의 뇌는 (기존 통념대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며 “신생아의 뇌는 통증을 성인처럼 불쾌함과 같은 경험을 관장하는 뇌의 앞띠피질(anterior cingular cortex)에서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아기의 뇌는 태어나는 순간, 출생의 고통을 포함해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많은 경험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가 겪는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게 된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어린이들에게 통증을 완화해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신생아의 뇌가 성인의 뇌와 똑같이 통증에 대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생아의 뇌는 통증을 인지할 때 냄새나 촉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고, 뇌에서도 특정한 일부 지역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을 넓게 활성화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즉, 아기의 뇌는 무엇이 무엇인지, 다른 자극을 구별해내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주사바늘을 잘못 찔러 생기는 상처를 포함해 아기들이 매일 경험하는 고통에 대해 통계를 낸 결과, 신생아에게는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는 경우가 60%를 넘었다. 대신 국소 마비 크림 등을 처방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생아 때 느낀 통증에 대해 제대로 조치받지 못한 아기는 훗날 성인이 되어 통증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슬레터 교수는 “아기들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며 “신생아일 때 고통스러운 통증을 경험하지 않도록 아기를 위한 통증 완화 치료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