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이 국제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한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 23개 시설 가운데 11곳이 일제 강점기 때 6만 명에 가까운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돼 가혹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다 숨졌던 곳으로 파악됐다. 
 
끔찍한 인권 유린이 일어났던 지옥의 현장이 유네스코에 버젓이 산업근대화의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중 나가사키 조선소는 조선인 4천700여 명이 군함을 만드는데 강제 동원됐다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이 중 1천800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는 수백 명의 조선인이 해저 700~1,000m 탄광에서 하루 12시간씩 노동에 시달려 온 ‘지옥섬’이다. 이곳은 죽지 않는 한 살아나올 수 없는 섬이라 불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부터 이들 시설의 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과거 식민지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음모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유네스코의 예산 분담금을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내고 있는 국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가 한국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해 안일하게 대응했다.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2003년 말에는 중국이 유네스코에 고구려 유물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고구려를 중국 내 지방정권으로 왜곡하여 알리려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인성교육기관인 사단법인 국학원 회원들이 고구려유적의 유네스코 등재 음모를 알리는 반대서명운동과 역사왜곡 규탄대회를 펼쳤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중국동북공정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결국 2004년 6월 말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는 북한 및 중국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목록 공동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이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역시 어두운 역사를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등재되는 것이 마땅하다. 만일 이러한 사실이 왜곡된 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이는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세계유산제도의 기본정신과 취지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의(ICOMOS)는 2주 전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 28곳이 세계 문화유산 등재 조건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등재 권고가 내려지면, 최종 결정하는 총회에서는 원안대로 통과시킬 확률이 80∼90%에 이른다.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들에게 이러한 실상을 호소하고, 일본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동선을 위협한다는 것을 해외 언론에 강력히 알려야 한다. 또한 외교당국, 국회, 시민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피와 한이 서린 선조들의 죽음이 역사 속에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