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겠다는 열정이 가득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위플래쉬(Whiplash)'가 주말 이틀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날 '위플래쉬'는 16만241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는 아카데미상 3관왕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최고가 되겠다는 ‘독기’를 품은 학생이 폭군과 같이 몰아치는 ‘광기’의 선생을 만나 열정을 폭발시킨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단 하나, ‘천재’에 대한 갈망이다.

▲ 영화 '위플래쉬'의 한 장면. '천재드러머'가 되길 바라는 학생(좌)과 그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플래처 교수.

영화 속 선생(플레처)의 교육 방식은 지독하다. 극단적인 폭언과 학대를 통해 학생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몰아세운다. 그 지점에서 학생이 그 모든 압박과 스트레스를 딛고 넘어서면서 성취의 맛을 보게 된다. 넘어서지 못한다면? 플레처 교수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문득 이 지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끊이지 않고 회자되는 ‘열정페이’ 논란이 떠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한글디자이너’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이상봉 디자이너가 있었다.

온라인에 게재된 이 씨의 디자인실 급여에 대한 글에 따르면 ‘견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130만원.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지만 급여에 야근수당 포함. 각자의 월급액수를 상대에게 발설하지 않는다는 근로계약서 항목’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급여를 지급해왔었다.

이 씨는 이 글로 인해 청년유니온과 패션노조가 선정한 ‘2014 청년 착취대상’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착취대상’에는 이 씨 외에도 최범석 이승희 고태용 디자이너 등 내로라하는 국내 디자이너의 이름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결국 이 씨는 올해 1월 “청년들에게 사과한다”며 사과문을 공개하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 속 플레처 교수는 학생이 진짜 ‘천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물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버텨내지 못하는 이들의 반발 역시 무척이나 거세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는 ‘천재’의 탄생을 바란 지독한 선생이었다.

▲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그런데 이 씨를 비롯해 인턴직을 제공하며 말도 안 되는 급여와 처우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갑’들은 어떨까. 과연 그들에게는 플레처 교수와 같이 청년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가진 ‘갑’의 지위를 이용해 청년들의 ‘열정’을 강요한 것일까.

청년의 성장이 아니라 갑의 배불리기를 위한 ‘열정페이’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