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기차역사 내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나와 중앙대가(中央大街)로 갔다. 중앙대가는 길 양옆으로 서구의 다양한 건축양식을 모방하여 건물을 지은 곳이다. 중국 제일의 개방식, 공익형 건축예술박물관이라고 소개한다. 보행로를 따라 거리를 박물관으로 한 것이다. 동쪽 상지대가(尙志大街)에서 서쪽으로 통강가(通江街), 남으로 서십육도가(西十六道街)에서 북으로 우의로(友宜路)와 방홍기념관탑광장에 이른다. 이곳에는 보호건축, 역사건축, 특색건축으로 분류하여 각각 일반인에 개방되어 있다. 이곳 건축물은 15~16세기 문예부흥기 건축부터, 17~19세기 서양의 건축물을 모방한 것들이다.

역사기행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중앙대가를 거닐며 하얼빈 구경에 나섰다. 하얼빈 시민들이 중앙대가에 많이 나와 일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여름 오후 하얼빈은 더위가 쉬 가시지 않았다. 역사 기행 내내 안내와 해설을 하느라 수고한 임찬경 박사가 맥주를 사겠다고 하여 중앙대가 내 맥주집으로 향했다. 하얼빈 맥주인가 했더니 ‘설화(雪花)’라는 맥주이다. 한 모금 마시자 속이 시원해진다.
하얼빈은 러시아와 가까워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러시아 상품을 파는 가게가 몇 곳 보인다. 기념품 가게에는 러시아제 기념품을 많이 판다. 그 중에서도 ‘사프키’라고 하는 러시아 모자가 눈길을 끈다. 여성용 모자가 예쁘다.

▲ 하얼빈 중앙대가는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을 전시하는 개방형 박물관이다.


중앙대가 구경을 끝내고 하얼빈의 유명한 만두집으로 가서 만두로 저녁 식사를 했다. 만두 종류가 다양하여 이름과 내용물을 확인하다 결국에는 포기하였다. 하얼빈에 오면 이 만두를 먹어보아야 한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노점음식점에 다시 모였다. 하얼빈 문화를 더 알아보고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작정이다. 노점에 앉아 맥주와 중국 술을 마시며 7월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중국 역사 기행을 마무리했다. 만주지역 고구려,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느낀 소회를 모두 한 마디씩 이야기하고 공유했다.
한 분이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고구려,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하고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여기서 한 번 불러보겠습니다. ”

▲ 하얼빈 중앙대가에 세운 서양식 건축물.


그는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저 산맥은 말도 없이 오천년을 살았네. 모진 바람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저 강물은 말도 없이 오천년을 흘렸네. 온갖 슬픔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가수 신형원의 ‘터’라는 노래였다.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니,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나라와 역사가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한라산에 올라서서 백두산을 바라보며, 머나먼 고향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구나, 백두산의 호랑이야 지금도 살아 있느냐? 살아있으면 한번쯤은 '어흥'하고 소리쳐봐라, 얼어붙은 압록강아 한강으로 흘러라.” 이 대목에서는 합창을 하듯 함께 불렀다.

▲ 중앙대가는 보행자 거리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제히 건배하고 박수를 쳤더니 건물 위층에서 하얼빈 시민들이 내려다본다. 너무 소란하여 그러는가 했더니, 그런 문화가 없어 신기해서 본다는 것이다. 빈병이 늘어가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밤이 깊어가는 하얼빈.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다.
밤공기가 시원해질 무렵 자리를 정리했다. 모두 서서 신형원의 ‘터’를 다함께 부르며.

21일 월요일 하얼빈에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산이 바람을 견디지 못했다. 답사 일정 내내 날씨가 좋았는데 귀국하는 날 아침 비바람이 강하게 분다. 호텔 입구에서 관광버스로 하얼빈국제공항까지 이동하여 비바람은 맞지 않았다. 하얼빈국제공항에서 남방항공으로 출발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7일간의 중국 내 우리 역사 기행. 아주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