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강남도서관으로 가는 길 근처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저가 있다. 항상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는 논현동에 있다. 두 사저의 공시지가는 수십억 원이 넘는다. 요즘 대통령의 집이 궁금해진 이유는 지난달 28일 퇴임한 호세 무히카(79) 우루과이 대통령 때문이다. 

무히카 대통령은 취임 당시 자신의 재산으로 1,800달러(약 190만 원)를 신고했다. 또 재임 중에는 월급 1만 2,000달러(약 1,300만 원) 가운데 90% 이상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사회단체, 서민주택 건설사업 등에 기부했다. 심지어 대통령관저를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해변 휴양도시에 있던 대통령별장을 팔아버렸다. 
 
대통령 생활은 어떠했나? 리무진이 아니라 농가에서 낡은 폭스바겐 비틀을 몰고 출퇴근했다. 집에서 가사노동도 직접 했다. 그가 사는 농가와 인근 농지는 부인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의 소유다. 
 
그렇다면 무히카 대통령이 특별해서일까?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는 경향신문(3월 2일자 칼럼)에서 “우루과이에는 무히카와 같은 가난한 정치인들이 많다”라며 “영부인이자 상원 의원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를 비롯하여 집권당인 중도좌파연합 소속의 확대전선 의원들은 모두 월급의 50%를 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은 확대전선이 도시게릴라운동을 하던 197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기부를 통해 모든 국민이 기부활동에 동참함으로써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2만 5,000 원이라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200가지가 넘는 특혜를 누릴 수가 있다. 월 941만 원 세비를 비롯해 입법 활동과 명절휴가비 등 1인당 1억 3,000 여 만원이라는 것. 4년 일하면 이후 죽을 때까지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무이카 대통령의 재임 동안 우루과이 경제는 연평균 5% 이상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퇴임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65%에 이른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도자의 철학에 있다. 무이카 대통령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랍의 한 부호로부터 28년 된 낡은 차를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이카 대통령은 사고로 다리를 하나 잃은 애견이 그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지도자가 있었다.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나라를 세운 단군왕검이다. 전문가들은 고조선의 통치이념과 경제에 주목한다.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은 “홍익인간사상은 널리 인간을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고 하였다. 이 점에서 인간을 사랑하라는 동양사상과 다르다”라며 “홍익(弘益)이란, 이익을 이야기하면서 그 이익을 혼자 즐기라 하지 않고 함께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치 지도자의 철학은 경제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이다. 
 
윤내현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는 “주나라는 농민으로부터 수확의 10분의 8까지 세금을 거둬들인 데 반해 고조선 지배집단은 20분의 1만 받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루과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6,000달러 이상으로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세계 21위에 오르는 등 남미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다. 반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 있지만 부패인식지수는 46위로 처져 있다. 
 
무이카 대통령과 같은 홍익지도자를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인성보다 돈(물질)이 중심인 국민이 많을수록 그러한 정치 지도자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검소함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들을 향해 “세상이 제정신이 아니다. 내가 평범하게 산다고 놀라워하는데 그런 관점이 오히려 걱정스럽다”라고 말한 무이카 대통령의 지적이 폐부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