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팝칼럼니스트가 모 매거진에 게재한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칼럼이 이슈화되며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해당 칼럼에서는 터키에서 실종된 김군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이 도대체 김 군에게 뭘 어쨌길래 '차라리' 그 무시무시한 IS를 제발로 찾아가는 길을 선택했을까?"라고 썼다. 또 "현재의 페미니즘은 뭔가 이상하다. 무뇌아적인 남성들보다 더 무뇌아적"이라고 지적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 해방 이론을 통해 양성평등을 지향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해당 칼럼에서는IS라는 테러집단과 페미니스트를 빚대어 표현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을 왜곡했다는 질타와 함께 비난을 받게 됐고 현재까지 해당 칼럼니스트가 출연하는 강연과 방송에 대한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 1월 UN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영화배우 ‘엠마 왓슨’이 페미니즘의 정의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고, 여성들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며 양성 평등을 촉구하는 연설을 펼쳐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최근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패트리샤 아퀘이트는 “모든 이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이날까지 싸워온 우리들이 다시 한번 평등한 임금과 미국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따질 때”라며 수상 소감을 밝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최근 불거진 페미니즘 이슈를 계기로 서점가에서는 사회적이나 정치적, 경제적으로 여성의 평등과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는 ‘페미니즘’ 관련도서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도서(book.interpark.com)에서는 2월 8일부터 23일 기준 페미니즘 관련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2%, 2주전 대비 1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상의 부정적인 이슈로 시작된 관심이 페미니즘 이론 자체를 다룬 도서로 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의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

이 밖에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당당하게 나아가는 강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와 <여성 영웅의 탄생>이 재조명 받고 있다. ‘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는 미얀마 정치인 ‘아웅 산 수치’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등 억압과 규제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바꾸어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 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와 모린 머독의 <여성 영웅의 탄생>

‘모린 머독’의 <여성 영웅의 탄생: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에서는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시작된 신화·민담·동화 텍스트와 함께 저자의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규명한다. 또한, 사회적 성취를 위해 분투하던 여성 영웅들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과 상실감에 빠지게되는 원인을 밝히고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안상진 과장은 “SNS 상에서 과거 인기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의 관심으로 관련도서가 급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페미니즘 이슈처럼 사회적, 정치적인 이념을 다룬 도서의 판매가 영향받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며, “남성 우월주의로 인한 남녀 불평등, 사회적 불이익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당당하게 목소리 내고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글. 전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