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

오늘 이에(今日此矣)
살풀이 노래 불리러(散花唱良)
뽑아 아뢴(巴寶白乎隱)
마화야 너는(花良汝隱)
곧은 마음(直等隱心音)
명을 받잡아(矣命叱使)
오로지 미륵자리(以惡只彌勒座)
몸주 세우라(主陪立羅良)
 
월명사는 무당이자 선사이자 불승이 혼합되어 있는 무선불巫仙佛이다. 그래서 3가닥으로 꼬여 있는 고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도솔가. 신라 경덕왕 19년 경자 4월 2일 왕의 요청으로 국선이었던 월명사가 주술가로 지었는데, 재액을 물리치기 위한 살풀이를 내용으로 한다.
 
“월명사가 고풀이 하러 오시는군.”
 
나는 생각한다. 도솔가는 신라 제2세 유리왕 때 처음 부르기 시작한 무가로 알려져 왔다. 한자로 “시제도솔가始製兜率歌 차가악지시此歌樂之始”라 기록된 것으로 보아서 신라시대 이전부터 살풀이가 있었는데, 유리왕 때 살풀이 무가를 처음 지었다는 뜻이다. 이로써 신라시대에 굿을 하였음이 밝혀진 셈이다. 근화가 사뿐사뿐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다. 꽃잎이 나풀거리며 날리는 것 같다. 손을 내밀어 산화한다. 다시 꽃을 집어 들어 다시 산화한다. 꽈배기(마화麻花)가 풀어지듯이 엉켜 붙은 살이 조금씩 풀려간다.  
 
“산화공덕散花功德이다”
 
감응신령이 말한다. 살풀이 공덕이라는 뜻이다. 
 
“마화 공덕이다.” 
 
감응신령이 말한다. 살풀이 공덕이라는 말이다. 근화가 감응신령이 하라는 대로 수건을 살풀이한다. 산화의 기운이 마고대신을 서서히 움직이게 한다. 마고대신이 산화를 따라 움직이면 산화공덕이 되어 살이 풀린다. 감응신령이 마고대신의 뒤를 따라간다. 마고대신이 움직임을 멈추면 감응신령도 움직임을 멈춘다. 감응신령이 마고대신을 향하여 선다. 두 분이 마주보고 있다. 근화가 두 분 사이를 갈지자로 오가며 꽃을 뿌리듯 수건을 나부낀다. 앞으로 나갔다가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 두 분 앞에서 원을 돌기도 한다. 살을 한 올 한 올 풀려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육궁의 살을 풀어 주어라.”
 
감응신령이 근화에게 명령한다. 근화가 살풀이춤을 추며 육궁 앞으로 다가간다. 먼저 매희 궁주 앞으로 간다. 이숙이 수건 5장을 들고 있다. 그 중에서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수건으로 미역을 감기듯 매희 궁주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그 수건을 매희 궁주에게 준다. 근화가 매희 궁주 앞에서 물러난다. 다음에도 이숙이 수건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살풀이춤을 추며 달기 궁주 앞으로 다가간다. 미역을 감기듯 수건으로 달기 중주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수건을 달기 궁주에게 준다. 근화가 달기 궁주 앞에서 물러난다. 3번째로 이숙이 수건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수건으로 미역을 감기듯 포사 궁주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그 수건을 포사 궁주에게 준다. 근화가 포사 궁주 앞에서 물러난다. 4번째로 이숙이 수건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수건으로 미역을 감기듯 여희 궁주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그 수건을 여희 궁주에게 준다. 5번째로 이숙이 수건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수건으로 미역을 감기듯 명성황후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그 수건을 명성황후에게 준다. 근화가 명성황후 앞에서 물러난다. 마지막 6번째로 이숙이 수건 한 장을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수건으로 미역을 감기듯 비류대왕의 몸을 씻어 내린다. 살이 풀린다. 그 수선을 비류왕에게 준다. 이숙이 도살풀이 수건을 가져다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도살풀이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자 감응신령이 육궁에게 앞으로 나와 근화와 어울려 도살풀이춤을 추라고 지시한다. 육궁이 일제히 앞으로 나와서 근화와 함께 도살풀이춤을 추기 시작한다.
▲ (왼쪽) 고구려의 칠성춤(두열斗列)과 신라의 도살풀이춤(도솔무兜率舞-도산화무都散花舞). 칠성춤은 칠성살을 푸는 춤이다.
 
“이에 지금
이 나라에 낀 포사의 저주를 풀기 위하여 
이 나라에 낀 비류왕의 원한을 풀기 위하여 
동이족 유시국 궁주 매희에게 얽힌 하나라 살 풀고
동이족 유소국 궁주 달기에게 얽힌 상나라 살 풀고
동이족 포국 궁주 포사에게 얽힌 주나라 살 풀고
동이족 융국 궁주 여희에게 얽힌 진나라 살 풀고 
동이족 대한제국 명성황후에게 얽힌 왜나라 살 풀고
동이족 비류국 비류왕에게 얽힌 비류백제의 살을 풀어냅니다. 
마고대신이시여 
마화 뿌려 살풀이하오니 
대한민국 통사에 각 시대마다 낀 살, 
국토 백두대간 정간에 에 낀 살, 
남섬부주 23관에 낀 살, 
조선에 낀 살,
래국萊國에 낀 살, 
삼한에 낀 살,
고구려에 낀살,
백제에 낀 살, 
신라에 낀 살, 
고려에 낀 살, 
후조선에 낀 살, 
대한제국에 낀 살, 
대한민국에 낀 살. 
풀어냅니다
이족夷族에게 낀 살
예족濊族에게 낀 살
예족穢族에게 낀 살
예족獩族에게 낀 살
맥족貊族에게 낀 살 
모두 풀어냅니다.” 
 
이숙이 근화에게 도살풀이 천을 준다. 근화가 살풀이 수건을 받는다. 근화가 긴 흰 천을 두 손으로 받들어 마고대신에게 보이고, 앞으로 던져 풀고, 좌로 던져 풀고, 우로 던져 풀고, 남으로 던져 풀고, 북으로 던져 풀고, 머리 위로 던져 푼다. 살이 풀린다, 풀린다, 풀리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 고구려 고분의 사출도. 사출도는 사괘四卦를 빼고 천문을 그려 넣은 고구려의 국기로 볼 수 있는 천문도이다. 대한민국의 국기는 천문을 빼고 사괘를 그려 넣어 국기를 만든 천문도이다.
 
“마고대신이시여
이제 부천에서 사라진 부하의 물길 찾아 
비류왕의 원한을 찾아 떠나보내려 합니다.”
 
근화가 한바탕 도살풀이를 춤춘다. 육궁이 1열로 서서 3바퀴 원을 돌고 나서 원을 풀어 사출도四出圖를 만든다. 사출도는 사궁이 각각 사유四維의 방위에 서는 것을 말한다. 사유는 건곤간손乾坤艮巽의 사방위四方位에 서는 것이다. 사궁주四宮主가 사유의 방위에 서고 명성황후가 사유방위의 중심에 서서 사출도를 완성한다. 오궁이 근화가 하는 대로 따라서 제자리에 서서 원을 돌며 춤을 춘다. 사출도 안에서 살들이 풀려 빠져나간다. 그것은 마치 플라스마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드디어 사출도의 공간이 깨끗한 기운으로 채워진다. 여기에 비류왕이 들어서 춤을 춘다. 근화가 혁거세 선생에게 손짓하자 혁거세 선생이 항아리를 들고 와서 솔가지로 항아리에 든 천수를 찍어 사출도의 동선을 따라가며 뿌려 준다. 
 
“래이 Society는 사출도 안에 들어가 남쪽에 남두육성을 만들고, 북쪽에 북두칠성을 만들라. 동쪽에 해를 만들고 서쪽에 달을 만들라.”
 
마고대신이 명령하니 동서남북을 지키던 래이 Society가 와서 사출도 안에 남두육성과 북두칠성과 해와 달을 만든다. 사출도깃발을 만든 것이다. 혁거세 선생이 붉은팥이 담긴 그릇을 들어 근화에게 준다. 근화가 팥이 든 그릇을 받아서 3번 집어 뿌린다. 이때 이숙이 떡반을 들고 팥떡을 한 개씩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떡을 받은 사람은 시주한다. (근화가 창한다)
 
 
 
“떡을 사세요 떡을 사세요
한인천제가 대수대명하고 액막이 하고 
장사하신 팥떡입니다.
더도 들도 말고 한 개씩만 사서 드세요
살풀이 떡이니 사서 드시고 살을 푸세요”
 
(굿에 참가한 사람은 누구나 다 떡을 사서 먹는다)
이 자리에 몸이 병이 든 사람 있나요?
병든 사람은 치료해 드립니다.
치료 받으면 병이 나아 훌훌 털고 일어나게 됩니다.”
 
혁거세 선생이 복숭아나무로 만든 화살과 활을 가져다준다. 근화가 활에 화살을 재어 동서남북 사방에 절하고 한 방씩 쏜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병마가 쫓겨나가라는 뜻이다. 혁거세 선생이 오방기를 갖다 준다.
 
“이런! 나라의 안보가 위태하여 밤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는 귀신이 이 땅에서 준동하는 때문입니다. 귀신을 쫓아내야 합니다. 허공에 떠다니는 미사일을 잡아서 미사일을 쓴 곳으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방사포알을 잡아서 방사포알이 날아온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몰래 배회하는 잠수함은 잡아서 잠수함이 온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혁거세 선생이 장난감을 들고 쏘는 시늉을 한다. 근화가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미사일과 포탄을 잡아서 그것이 날아온 곳으로 보내는 시늉을 한다. 잠수함도 잡아서 보내는 시늉을 한다.   
 
“황해장수 할머니! 
황해장수 할머니!
황해장수 할머니! 
받은 만큼 갚아 주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된다! 되!”
 
근화가 허공을 떠돌던 미사일과 포알을 모두 제가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잠수함도 잡아서 제가 온 곳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끝나면 대통령에게 절하고
 
“이제부터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고 말한다. 
 
“젊은이들의 살도 풀어주시오.”
 
대통령이 요청한다. 혁거세 선생이 종이로 오려 만든 남녀 젊은이들을 인형극 무대 좌우에 줄을 매고 매단 인형처럼 좌우에 줄을 맨 기둥을 세우고 줄에 매단 인형을 들어뜨린다. 근화가 가사를 외우고 춤을 추며 다가간다. 그의 손에 오방기가 들려 있다. 오방기는 옛날에 군대에서 수신호로 신호하던 깃발이다. 군대를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나누어 사위진四圍陣이나 8위진으로 배치하고 진의 중앙에 중군장中軍將이 서서 깃발을 들어 지휘하였다. 
 
적이 동쪽을 공격하면 청색깃발을 휘둘러 우군右軍이 주력主力이 되어 싸우고 우군의 좌우를 백호와 주작이 조력助力이 되어 싸웠다. 서쪽이 공격당하면 중군장이 백기를 흔들어 백호가 주력이 되고 청룡과 현무가 조력이 되어 싸웠다. 남쪽이 공격당하면 주작이 주력군이 되었고, 북쪽이 공격을 당하면 현무가 주력군이 되었다. 이렇게 사방에 주력군과 조력군이 정해져 있었다. 이때에 싸움에서 멀어져 있는 부대는 예비군이 되었다. 근화가 무당으로서 하는 일은 중군장이 되어 군대를 지휘하는 일이었다. 그는 군대를 지휘하기 위하여 오방기를 하나하나 흔들었다.  
 
1차로 오방기를 흔들어 적군과의 싸움을 끝내고, 다음에 2차로 복숭아나무가지를 흔들어 내부에 숨어 있는 적과의 싸움을 끝낸다. 마지막으로 팥을 뿌려 적의 침투를 막아내고, 소금을 뿌려 부정을 씻어낸다. 혁거세 선생이 근화에게 명두를 주어 근화가 명두를 들어 올린다. 풍이족의 샤먼이 이번 싸움에 조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근화가 굿상 오른쪽에 쌓여 있는 고를 향하여 다가간다. 고의 끝을 잡는다. 
 
▲ 종이인형. 젊은이 액풀이에 쓴다.
 
“한인천제를 뜻하는 파巴자를 풀어 보자.
파자는 눈이 하나 뿐인 뱀(巳)이 눈이 둘이 되어
용(巴)이 되었다는 뜻이라
사巳자 풀어 풍이족을 찾고 파巴자 풀어 한인천제 찾자
천지개벽 있은 후에 팔여의 음에서 마고대신 탄생할 때 
천상에 옥계수가 생성되고 지하에 청정수가 생성되었네
적수積水에 모아 칠성님이 받으면
칠성의 자손 태어나네. 
마고대신 칠성의 자손 옥계수와 청정수로 만민중생 살리려고
급수공덕汲水功德 이루네
옥계수가 땅으로 내려와 내림 파장 되고 
청정수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솟을 파장되니
내림 파장 솟을 파장 암수 한 쌍 되어 
암수에서 수 파장은 한인천제 되고 
암수에서 암 파장은 항영 비가 되어 
풍이족을 낳으니 
풍이족 뱀 깃발 들고 세계 방방곡곡 돌고 돌아 
만물자생萬物資生 시키고 대해수大海水를 마련하니 
동쪽에 청룡 율려 생성되고 
서쪽에 백호 율려 생성되고
남쪽에 주작 율려 생성되고
북쪽에 현무 율려 생성되어
동서남북 사방에 사신四神 율려가 생성되니 
청룡 율려는 청제에 배속되고 
백호 율려는 백제에 배속되고
주작 율려는 적제에 배속되고
현무 율려는 흑제에 배속되네
청룡 율려는 광영광廣瀛光 
백호 율려는 광덕광廣德光
주작 율려는 광태광廣太光
현무 율려는 광설광廣雪光 
청룡 율려는 아명衙明파장
백호 율려는 거승車乘파장
주작 율려는 축융祝融파장
현무 율려는 옹강壅鋼파장 생성되네
인간 칠성님의 줄을 잡고 명命을 받아 마고대신 은덕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부정한 인간들이 부정(바이러스) 만들어 율려의 공간 오염시키고 
천제가 보내신 천수(안티바이러스 백신)에 용신고龍神辜(율려고)로 묶이어 
눈물세월 천만년을 감금되어 고 풀릴 날 기다리며 고통세월 보낼 적에 
어느 누가 찾아와서 용신고를 풀어주며 이 내 한을 풀어 줄까 
동해용궁(동 쿼크 공간)에 들어가서 청의동자靑衣童子 쿼크 모셔내어 
청룡수 분해하여 목의 생수生數 삼三과 목의 성수成數 팔八  
삼팔목三八木에 받쳐놓고  
서해용궁(서 쿼크 공간)에 들어가서 백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백룡수(힌 빛 율려) 분해하여 금金의 생수 사四와 금의 성수 구九
사구금四九金에 받쳐 놓고 
남해용궁(적 쿼크 공간)에 들어가서 적의동자赤衣童子 쿼크 모셔내어 
적룡수(붉은 빛 율려) 분해하여 화火의 생수 이二와 화의 성수 칠七 
이칠화二七火에 받쳐 놓고 
북해용궁(북 쿼크 공간)에 들어가서 흑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흑룡수(검은 빛 율려) 분해하여 수水의 생수 일一과 수의 성수 육六
일육수一六水에 받쳐 놓고  
중해용궁(중 쿼크 공간)에 들어가서 황의동자 쿼크 모셔내어
황룡수(누런 빛 율려)를 분해하여 토土의 생수 오五와 토의 성수 십十
오십토五十土로 받쳐 놓고 
일심정성으로 빌어 용신고를 풀어내
동 쿼크의 용신고는 삼팔목에 푸시고 
서 쿼크의 용신고는 사구금에 푸시고
남 쿼크의 용신고는 이칠화에 푸시고
북 쿼크의 용신고는 일육수로 푸시고
중 쿼크의 용신고는 오십토로 푸시고 천상승천 하옵소서” 
 
▲ 적룡赤龍을 탄 신선이 북두칠성 가까이에 가서 이칠화二七火 칠성고를 풀고 있다.
 
근화가 고를 던졌다 잡아당기고 흔들어 풀어낸다. 근화가 신병 앓다가 감응신령 부름 받아 무당이 된 후에 대통령궁에 와서 수천 년 쌓인 천년의 살과 수천 년 꼬인 천년 고를 풀어 버리니 나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굿이 끝났다.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오. 이 굿을 거탑에서도 해 주었으면 좋겠소. 그러면 사라진 풍이족이 이 땅에서 재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요.”
 
영계인 데통령이 말하였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