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광개토대왕릉 비문의 내용을 왜곡하여 조선 정벌의 명목을 세웠다. 사까와 탁본을 토대로 역사 조작을 합리화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일본이 과거에 백제와 신라를 격파하고 임나일본부를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찬구 교수는 지난 1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139회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광개토대왕릉비의 진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찬구 교수는 대전대학교 철학박사로 20여 년간 주역, 천부경, 동학(東學) 등을 연구했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 이찬구 교수가 국학원 139회 국민강좌에서 '광개토대왕릉비의 진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오래된 금석문으로 동북아시아 고대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이다. 장수왕은 광개토대왕이 죽고 나서 2년 후 부왕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이 비를 세웠다. 비에는 광개토대왕의 업적 뿐 아니라 고구려의 기원, 통치시기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교수는 먼저 고구려의 기원에 대해서 “고구려는 B.C. 37년에 갑자기 출현한 나라가 아니다. 난하 하류 고죽국(B.C. 5~3세기)의 멸망 직후 그 터에서 고구려족이 발생했고, 일부가 요동으로 이동하여 나라를 건국했다. 고구려의 시조인 추모왕(고주몽)은 북부여를 세운 해모수의 후손이다.”라고 말했다. 
 
고구려 멸망 후 광개토대왕릉비는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가 1881년에야 발견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비문에 대한 연구를 일본이 먼저 착수했다는 것이다. 1883년 일본 중위 사까와는 탁본(쌍구가묵본)을 참모본부에 전달하고 일본은 이를 5년간 연구했다.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본의 역사 왜곡
 
광개토대왕릉비의 해석을 놓고 지금까지 한·일 양국 간의 논쟁은 팽팽하다.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광개토왕릉비에 새겨진 한 문장에서 비롯된다. 
 
‘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 )( )新羅以爲臣民’
 
일본은 이 문장을 ‘신묘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서 백제와 신라를 파하고 신민으로 삼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민족사학자 위당 정인보는 이 문장을 ‘왜’가 아닌 ‘고구려’를 주어로 하여 ‘왜가 신묘년에 고구려를 침략하여 왔으므로 고구려가 공략하여 왜를 무찔렀다’고 해석했다. 백제가 왜와 연합하여 신라를 침해하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환단고기 고구려본기에는 “백제는 앞서 왜와 은밀히 내통하여 왜로 하여금 잇달아 신라 국경(강역)을 침범하게 하였다. 이에 태왕께서 몸소 수군을 거느리고 나갔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교수는 본인이 연구한 해석을 덧붙였다.
 
“백제와 신라는 고구려와 같이 단군의 오랜 족속민이다. 고조선 이후 고구려가 오래 전부터 조공관계를 유지해 왔다. 신묘년(391)에 왜적이 (신라를) 내침(來侵)하므로 바다를 건너 (왜를) 격파(擊破) 하였으나 백제가 (왜적과 연합하여) 잇달아 신라의 국경(國境)을 쳐서 (자기의) 신민(臣民)으로 삼으려 하므로 영락 6년 병신년(396)에 태왕(太王)은 몸소 수군(水軍)을 거느리고 (신라를 보호하기 위해) 왜적(倭賊)과 백잔(百殘)을 토벌(討伐)하였다."
 
지금도 일본은 광개토대왕릉 비문을 통해 임나일본부설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이 광개토왕릉 비문을 5년 간 연구한 이유는 바로 조선 정벌의 명목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비문을 왜곡하여 야마모토왜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 신라, 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어 직접 지배하였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일본의 왜곡된 해석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자들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식민사학이 뿌리깊게 내려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시민들이 나서서 역사의 진실을 보존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이날 강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우리의 역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광개토대왕은 비문에서 “내가 죽은 뒤에는 묘를 잘 지켜 깨끗이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그 뜻을 지키지 못했다. 광활한 벌판에 홀로 역사의 진실을 외치고 있는 광개토대왕릉비, 우리 민족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광개토대왕릉 비문의 역사적 진실을 세계 속에 바르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140회 국민강좌는 3월 10일(화) 열린다. 숭실대학교 이을형 교수를 초청해 ‘한국역사의 진실’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국학원이 주최하고 서울국학원이 주관하는 국민강좌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 

국민강좌는 '얼-라인 국학원 문화센터'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로도 볼 수 있다.(국학원 후원회원 대상) ‘얼-라인 국학원 문화센터’는 국학원 홈페이지(www.kookhakwon.org)내 <얼-라인 국학아카데미>를 통해 로그인 한 후 <얼-라인 국학 아카데미>방으로 입장하면 된다. 문의 및 강좌접수. 041-620-6951, 010-9525-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