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한민국 학생이 학교 성적순으로 대학에 가고 또 대학 간판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는 현실. 나 역시 그러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하고 싶은 것은 뒤로 한 채 좋은 성적 받아서 연봉 높은 직장에 들어가 살려고 생각하니까 답답했다. 내 꿈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찾고 싶어서, 정말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 지원을 하게 됐다."

전교 학생회장, 부회장 활동 등 빵빵한 스펙과 상위권 성적으로 자사고에 합격했음에도 자신의 꿈을 찾아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서혁준 군(17). 그는 왜 평탄한 길에서 벗어나 틀 밖의 학교를 선택한 것일까?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열린 '2015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면접 전형' 현장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지원자 서혁준 학생

- 벤자민학교를 어떻게 알고 입학 지원을 결정하게 되었나.

자사고에 합격한 후 부모님을 통해 벤자민학교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에 절대 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남들처럼 명문고라 불리는 곳에 가면 학연도 쌓고 인맥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는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점점 더 없어지더라. 옛날에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찾고 싶어서 벤자민학교에 지원하게 됐다.

- 오늘 면접은 어땠나. 면접 치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꿈 스피치, 인성에세이 등 자기 이야기를 하는 면접이어서 떨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팀플레이 할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신체조절능력평가는 감정과 생각들이 많이 올라와서 힘들었지만 호흡하며 인내심,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오늘 면접 보면서 벤자민학교 면접이 기존 학교와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보통 학교 면접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성적이다. 자기소개서를 내기는 하지만 첫 번째 평가 기준은 역시 성적이다. 자기소개서가 안 좋고 면접을 잘 못 봐도 성적이 좋으면 붙는다. 자기소개서도 대부분 스펙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벤자민학교는 성적 위주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인성 위주의 항목이 많았다.

- 자사고 입학을 포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가.

자사고는 방학 때도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해야 했다. 학교에 합격한 후 3월 모의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1월부터 학원과 집을 오가며 공부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신경이 공부에 쏠려있다 보니 친구들이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좋은 대학 가려면 친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친구가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느껴졌다. 그런 압박감에 힘도 들고 인생에서 공부가 다인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심 1년 동안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냥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벤자민학교를 거부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벤자민학교 이야기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좋은 성적으로 자사고에 붙었는데 굳이 자퇴하면서까지 가야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공부할 시간은 많다. 공부를 하더라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공부를 왜 하는지 목표를 찾는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는 그런 동기가 필요했다. 그 동기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 벤자민학교는 어떤 학교라고 생각하는가. 면접에 합격해 입학하게 된다면?

벤자민학교는 인생을 찾고 바꿀 수 있는 1년이란 시간을 줄 수 있는 곳 같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성장할 수도 있지만 마음먹은 만큼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패할 수도 있고 복학했을 때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생활하면서 실패든 성공이든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지식은 책으로 배울 수 있지만 인성과 인생은 책에서 배울 수 없다. 아르바이트를 통한 사회경험, 벤자민 프로젝트 등 기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공부를 피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기 위한 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