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수서중학교(서울 강남구) 한 회의실. 문을 열기도 전에 까르르 웃음소리부터 들린다. 7명의 여자가 한 테이블에 모여서 이야기 삼매경이다. 

이들은 강남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인 ‘감자스쿨’의 매니저다. 교육복지특별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한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아이들을 돕는다.
 
감자스쿨(예비중학교 생활에 대한 감을 잡자의 준말)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통해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주간교육신문과 브레인미디어에서 소개됐다.
 
[주간교육신문] 강남교육지원청, 감자스쿨 실시 중학생활에 대한 감을 잡자!(바로가기 클릭)
[브레인미디어] 아이들의 인성을 바꾼 8일간의 기적(바로가기 클릭)

이날은 감자스쿨을 통해 아이들의 희망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선생님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참가자는 이시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협력복지과 프로젝트 조정자,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인 서유정(수서초), 김하나(수서중), 문현경(대진초), 류하나(대청초), 정주리(영희초), 김완주 뇌교육강사(서울뇌교육협회)가 함께했다.

▲ 수서중학교 김하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진=윤한주 기자)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서유정(이하 서) - 우리 학교는 취약계층이 30%가 넘습니다. (대부분)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전입이나 전출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학업에 뜻이 별로 없어요. 3년 전만 하더라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무료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유독 6학년 아이들은 거부했어요. 그리고 이 지역을 배회해요. (특히) 중학교 아이들과의 연결고리가 너무 커요. 중학생이 초등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자. 또 방학 중에 아이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하자.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조금 더 학교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2년 차가 되니까 든든한 선배가 생긴 거죠. 이제는 다른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고 캠프도 할 수 있는 강사가 필요했어요. 때마침 수서중학교에서 진로교사로 근무하던 김완주 뇌교육 선생님과 함께하게 됐어요. 
 
김완주(이하 김) - 아이들은 서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다른 아이들이 우리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도 알아요. 6학년이 되면 모르지 않잖아요. 자존감이라는 꽃을 피우기가 어려워요. 집안환경과 상관없이 내가 하는 것에 따라서 할 수 있다는 경험을 늘려주는 게 중요해요. 감자스쿨은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는 것이 잘되어 있어요.
 
▲ 서울뇌교육협회 김완주 뇌교육강사(사진=윤한주 기자)
 
기자 - 예전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서 - 집중력이 떨어져요. 순간 자극에도 예민해요. 누가 신체 접촉을 하면 ‘너, 왜 그래’ 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아이들은 욕부터 하지요. 자기 방어가 세다고 볼 수 있어요.
 
이시나(이하 이) - 중학생이 되면 일반 아이도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우리 아이들은 더 그래요. 경제적인 여건이나 부모의 직업에 대해 민감할 때죠. 아이들이 일탈하지 않고 잘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돼요. 수업시간에 엎어져 있거나 아무것도 안 했던 아이들이 1년 만에 변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 
 
김 - 1년 내내 돌봐주는 선생님(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계시고, 뇌교육이 자랑이라면 선생님이 특별하고(전체 웃음)
 
이 - 좋은 프로그램은 어디나 많아요.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해줄 때 프로그램이 잘되거든요.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아이들이 효과를 얻기는 어려워요. 
 
자기 주도적인 ‘변화’
 
기자 - 뇌교육은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이 -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매번 짚어주면서 내가 이렇구나, 같이 해보자. 그렇게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과제가 있어요. 그런 점이 아이들이 더 빨리 체감하는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앉아서 페이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 수서초등학교 서유정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진=윤한주 기자)
 
기자 - 자신을 본다는 점이 강조되네요.
 
김 - 어릴 때 왜곡된 정보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 없는 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애……. 이런 정보를 주니까 나는 불쌍하다고 그런 거에요. 뇌교육에서 보면 자존감을 얻으면 그런 것은 극복할 수 있는 정보에요. 지금까지 수천 명 학생을 대상으로 캠프를 했어요. 감자스쿨 아이들은 진짜 괜찮은 아이들이 많아요. 본인만 몰라서 그렇지. 그런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뇌교육 수업 자체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눠서 하는 ‘자기 주도성’이 기본이에요. 그러니 자기를 드러내는 수업이 많은 거죠. 방바닥에 누워있다가 그 다음 날에는 일어서 있고 그다음에는 눈을 맞추더라고요. 그 다음 주에는 선생님과 뭔가 해보고 싶어요. 라면서 제 주변을 맴돌고 다이어리도 알차지고. 그런 행동 패턴이 보일 때 감동스러워요.
 
이 -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평가에 의하면, 하기 싫어서 무기력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없어지고 표현력이 좋아졌다고 해요.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이 향상됐다고 하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동기가 커졌다고 봅니다.
 
기자 -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가요? 
 
문현경 - 처음 맡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한다고 하니까 대견하더라고요. 제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겁니다. 안 울려고 했는데……. 
 
서 - 어느 선생님은 (이곳에서) 7년 있다가 성동중학교로 갔어요. 아이들이 취직하고 선생님을 만나러 간 사례가 있어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취직한 경우도 대단한 일이에요.
 
▲ 대진초등학교 문현경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진=윤한주 기자)
 
기자 -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정주리(이하 정) - 개별적이고 가정별로 접근하다 보니까 그나마 파악이 되고 관계 형성이 됐어요. 만일 같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한번에) 만난다면 더 어려울 수도 있었을 거예요.
 
이 - 주로 행정과 가정방문이 많죠. 아이를 만났을 때 무엇이 힘든지 같이 나누고 그래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세요.
 
받는 아이에서 베푸는 아이로
 
기자 -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있을 것 같은데요.
 
▲ 대청초등학교 류하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진=윤한주 기자)
 
류하나 - 받는 것이 익숙해져 있어요. 조금 더 베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어요. 베푸는 즐거움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김하나 - 중학교에 가서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정주리 - 중학교에서 조금 더 성장하는 모습을 봤으면 해요. 강의가 연계되어서 같이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 청년모험가 이동진 멘토(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있어요. 3월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영화 시사회를 하거든요. 그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선생님도 생활 멘토링을 하는 거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이동진 멘토와 같은 분들이 필요하지 않나. 사회를 경험해주니깐요. 그런 분들과 연계해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 영희초등학교 정주리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진=윤한주 기자)
 
이 - 이전에는 수혜성 사업이 많았죠. 겨울이면 연탄이라든지 쌀을 주었죠. 그런데 일회성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배우려 하고 진학하려는 동기를 주자. (아이들은) 출발점이 다르잖아요.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그 격차가 더 벌어져요. 좁혀주자. 실제로 아이들이 잘 크고 있어요. 반성이라고 한다면 잘하고 있는 모습을 외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있어요. 언젠가는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싶어요.
 
취재후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은 취재가 처음이라 그런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녹음기가 꺼지고 그제야 이야기를 쏟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좌담은 이시나 프로젝트 조정자와 김완주 뇌교육 강사의 이야기가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감자스쿨 초등 겨울캠프 평가 회의록을 살펴보면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피드백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 전체 댄스(아가씨와 건달들)에서 학생들이 춤을 배우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춤을 추고 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모습이 평소의 자기를 내려놓고 새로운 자기 모습을 찾는 느낌이었다.
 
-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경쟁심이나 경계심이 없이 마음을 열고 어울리고 칭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프로젝트 발표하는 내용이나 태도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학생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중학교 선배들이 조장이 되어 초등학생들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면이 좋았다. 마지막에 선생님과 함께 안고 인사할 때 마음과 마음이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선생님과 마음을 나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이시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협력과 프로젝트 조정자가 감자스쿨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부자동네로 유명한 강남구에도 빈민층 가정이 많다. 그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뇌를 깨우고 미래를 열어주는 선생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면서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무상 음악교육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엘 시스테마(El Sistema)’와 오랜 내전으로 사회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엘살바도르에서 ‘한국의 뇌교육’으로 희망을 만든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