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한해 120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8.8%에 해당하는 규모로 특히 자살에 의한 비용은 6조 4,769억원으로 총비용 대비 5.4%를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건강보장정책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자살률은 한 나라의 정신건강 실태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31.7명으로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은 나날이 황폐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은 국민 정신 건강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생산노동인구를 감소시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핀란드도 한때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다. 높은 자살률로 국가적 위기의식을 느낀 핀란드는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세계 최초로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프로젝트’를 도입했다. 그 결과 1990년 10만명 당 30명이던 핀란드의 자살률은 2008년에는 16.7명으로까지 떨어졌고, 세계 3위였던 자살률은 13위로 떨어졌다. 핀란드의 사례는 자살률 줄이기가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1차 자살예방 기본계획을 2009년부터 제2차 종합대책 시행 등 각종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자살예방협회나 생명의 전화, 생명문화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국가 경쟁력과 높은 소득수준에 올랐다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진정한 선진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사회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범국민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적 가치에 중심을 둔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해 왔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뛰어난 능력을 검증받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