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음식은 인간이 살아온 문화이다. 음식은 문화의 기초와 함께 만들어지고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땅에서 만들어진 식재료를 가지고 끊임없이 생존과 미각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왔다. 각 나라의 음식이 다양하게 된 것은 그 나라 지역에 맞는 지기(地氣)에 맞게 갖추어 진 것이다.

그 예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도 문화에 따라 만들어졌다. 최초에 문헌상으로 보면 김치는 “딤채”라 불리며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먹은 기록이 있다. 옛날의 소금은 최고의 식품첨가물로서 일반 평민들은 잘 접하지 못한 것으로 상위계층이 염전을 관리하고 독점하여 사용하였던 식재료이었다. 고려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무나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먹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최상의 반찬이다.

농경사회가 기반인 우리나라는 쌀을 위주로 밥을 먹었던 민족으로 밥심에 의해 모든 일을 해왔다. 심지어 밥을 먹지 않고 요리만 먹더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하는 민족이다. 그런 밥상에 소금에 절인 배추는 민민한 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이 되었다. 소금에 절여서 먹었던 댐채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고추가 우리나라에 유입이 되었다.

고추는 중남미가 원산지로 지금도 맵기로 한다면 최고의 매운맛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고추가 자연스럽게 댐채와 결합하게 되어 김치가 탄생이 된 것이다. 김치는 우리나라 각 고장의 특산물과 잘 융합을 하여 각 지방마다 특색의 김치가 만들어 진다. 김치 안에 들어가는 부재료들은 특유의 향과 각 지방에서 재배되는 식재료와 융합을 하여 새로운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은 기나긴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미네랄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 쌀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공급하고 소화를 쉽게 하는 조상의 지혜가 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부재료로 들어가는 생강, 마늘, 여러 향신료들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력과 면역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전 세계를 공포로 이끈 싸스의 영향에도 우리나라는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도 김치 안에 들어 있는 고추와 여러 향신료들이 한 몫을 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그 근간에는 김치의 매운맛이 바탕이 된 것이라 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에서 그렇게 무서워하는 매운맛이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각 지방마다 들어가는 특유의 식재료들이 각국에서 재배되는 재료로 바뀌고 있다. 값싸게 대량으로 들어오는 장점도 있지만 먼 지역에서 수송이 되는 탓에 어떤 물질로 처리를 하여 장거리 수송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각국에서 재배된 농작물들이 어떤 방법으로 재배가 되었는지도 소비자들은 궁금하게 되었다.

필자는 김장할 때 어머님께 얻어먹었던 무의 아린 매운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아린 맛에는 기나긴 김장을 준비하면서 여러 식구들이 힘을 합하여 김치를 담구었던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여러 사람들의 정성을 맛본 어렸을 때의 즐거운 추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무는 맵지 않다. 정확히 얘기하면 맛이 달다. 무가 매운맛이 정상인지 단맛이 정상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어렸을 때의 정성스런 기운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의 형태에 맞게 큼지막하고 흙도 없이 깨끗한 무에서는 더 이상 영양과 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량소비에 맞게 값싸게 만들다 보니 우리가 먹는 식품에서도 본래의 맛과 영양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본래의 맛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맛을 복원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문화를 복원하는 일이며 근본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익숙해 왔던 여러 음식 문화는 우리 몸에 그대로 기억되어 있으며 그 기억을 기초로 우리는 생활하고 있다. 값싸고 대량으로 만들어진 식재료에서는 우리의 미래를 찾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나라의 음식이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글. 서호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