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경제 발전과 목숨을 걸고 쟁취한 민주화의 결과,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문제는 성공의 그림자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된 대한민국이지만 전에 없이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가족으로 대표되는 공동체 붕괴가 우리네 삶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지난달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광복 70년 삶의 질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규모는 1,000배가량 커졌지만 가족 내 유대감은 심각하게 약화되었다. 그 결과 이혼율은 40년 만에 8배 가까이, 자살률은 3배 넘게 증가했다.

가족 형태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해도 5인 이상의 가구가 절반(49.9%)에 해당했지만 2010년 2인 가구가 24.3%, 뒤이어 1인 가구가 23.9%로 나타났다. 5인 이상의 가구는 8.1%에 불과했다. 조손(祖孫) 가구 역시 2005년 5만 8천 가구에서 2010년 11만 9천 가구로 두 배 증가했다.

핵가족화에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적 불안이 한데 맞물리면서 가족 구성원 간 심리적, 정서적 단절이 심각하다. 급증하는 학교 폭력, 가출, 치매, 자살 역시 근본적으로 가족 기능의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태어나 가장 처음 접하는 사회인 ‘가족’의 붕괴로 기본적인 인성 교육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연구실장은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가족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통해 자살률을 낮추고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