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맞벌이 부부, 별거, 이혼, 다문화 가정 등 가족 구조도 다양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가정문제가 학교폭력, 따돌림 등의 학교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부산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희영 경사는 지난 2012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를 시작한 후, 소위 학교에서 문제학생이라 찍힌(?) 수많은 학생을 만났다. 박 경사는 청소년 선도프로그램 '파워브레인 스쿨'을 진행하며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30일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돼 청와대에서 '금상(근정포장)'을 받았다. 박 경사에게 가정문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어보았다.

▲ 박희영 부산금정경찰서 경사.

- 학교전담경찰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은 하는가

몇 년 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청소년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후,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1년 학교폭력을 예방하고자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마련했다. 이들은 담당학교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범죄예방교육,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 가해 및 피해 학생 상담과 선도업무 등 학교폭력 업무를 전담한다.

 - 그동안 폭력 상황이나 문제학생들을 많이 만나봤을 것 같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혼자서 손자를 키우는 가정, 알코올중독인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 혼자 공장에서 일하며 아들 셋을 키우는 가정 등 문제학생들일수록 유독 결손가정이 많았다. 일부 결손가정의 아이들은 정서적·물리적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다 보니 내면의 욕구나 불만이 쌓여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몇 년 전 만난 한 아이는 같이 사는 할머니를 폭행해 관련 시설이나 전문단체에 도움을 받도록 연결해 주기도 했다. 선도프로그램으로 긍정적으로 밝아진 아이들도 자랑스럽지만, 끝까지 챙겨주지 못한 아이들은 가슴에 크게 남아 있다.

▲ 파워브레인 스쿨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제공)

- 문제학생들을 위한 선도프로그램 '파워브레인 스쿨'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 경찰서에서 사건조사를 받은 소년범,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등으로 접수된 문제학생들 10~20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한다.

그런데 문제학생들만 모아 놓았을 경우 프로그램 효과가 낮았다. 지난해부터는 문제학생이 소속된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법으로 보완·수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학급단위로 진행하게 되면 30명 내외로 많은 인원이 참여해 3~4그룹으로 나누어 계절과 날씨에 따라 숲이나, 공원 등 야외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더 자주 하면 좋겠지만 예산문제로 한정되어 있다.

- 학교폭력 문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지

건강하지 못한 가정과 더 나아가 사회가 큰 원인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일수록,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부족하거나 방관적일수록 또는 지나치게 훈육이 엄격할수록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모와의 친밀감이 낮고 갈등이 많을수록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가정폭력은 남의 집 일이라고 생각하고, 폭력문제를 일으킨 아이들도 남의 집 자식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집만 아니면 된다’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듯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지 말고 우리의 일이라는 공동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글. 전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