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인성(人性)을 논할 때 등장하는 주요 배경은 바로 학교다. 성적과 같이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교육 환경에서 사람 됨됨이나 배려, 존중과 같은 인성이 뛰어난 아이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교만일까. 교직 생활 25년째를 맞았다는 성보훈 교사(안동 강남초,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 겸임교수)는 학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이라고 말했다.
 

- 학교 현장에서 본 아이들의 인성문제 어떤가.

▲ ‘우리’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협동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한 게 요즘 아이들이다. 어른들 역시 예전에는 ‘우리 아이’라고 생각해서 모르는 아이들이라도 잘못하면 혼을 내고 가르쳤는데 지금은 자기 자식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들도 자기를 혼낼 수 있는 건 자기 부모뿐이라고 여긴다.

‘나뿐인 아이’가 되어 간다. 부모로부터 울타리 교육,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부모가 이런 것을 제대로 모르니까 아이에게도 교육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 교사 성보훈 씨 가족. 그의 가족은 첫째 규빈 양(벤자민학교 1기)과 규리 양(벤자민학교 2기 입학예정), 그리고 함께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 최순남 씨 이렇게 네 사람이다. (사진 위에서 아래로)

- 아이의 인성과 가정교육의 관계.

▲ 태어나서부터 6세까지 아이의 틀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자면 책꽂이의 테두리, 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꽂이의 크기와 모양새가 이때 만들어진다. 6세부터 12세까지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책꽂이에 책을 꽂는 때다. 그리고 13세부터 20세까지는 꽂아 넣은 책을 빼고 그 자리에 내가 필요한 책을 선택해서 꽂아 넣는 시기다.

인생에서 0~6세가 정말 중요하다. 평생에 거쳐 어떤 책을 얼마나 꽂을 수 있을지가 이때 결정된다. 양육자가 가진 삶의 태도와 철학이 아이의 삶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 양육과정에서 결핍(부모가 없거나 한쪽만 있는 경우, 부부 사이의 불화 등)이 있다면 아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습관에도 결핍이 생기게 된다.


- 가정의 인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아이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바로 양육자의 인성이다. 부모든 조부모든 양육자가 바로 아이에게 거울이다. 자연스럽게 보고 그대로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행동은 물론, 사고방식도 닮게 되어있다. 그 무엇보다 부모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 10대의 두 딸이 있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 지금 우리집 아이들은 책꽂이가 다 만들어졌고 책도 다 꽂혀있다. 꽂혀있는 책을 빼고 자기가 필요한 책을 찾아 꽂아가는 과정 중이다. 책꽂이 틀 만들기, 책 꽂기는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지만 필요한 책으로 바꿔서 꽂아 넣는 건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만큼 청소년기의 자발적인 꿈 찾기가 중요하다.

작년에는 큰딸, 올해는 둘째 딸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했다. 아이가 스스로 꿈을 찾는 기회를 갖고 이를 구체화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학교에서 자아존중감이 커지고 아이들이 서로 협동하고 이해하더라. 이 시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