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늦은 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일상 속에서 쉼표다운 쉼표를 갖지 못한 채, 누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인지도 모를 쳇바퀴 속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든 내내 불안하기만 한 마음은 몸이 쉬고 있을 때도 쉬지 못한 채 바쁘기만 하다.

바쁜 일상 속 당신에게 확실한 힐링이 되어줄 공연을 하나 소개한다. 일지아트홀(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정기공연인 ‘힐링콘서트’가 그 주인공이다. 새해 첫 힐링콘서트가 지난 29일 저녁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말하듯이 노래하고 걷듯이 춤추라!’는 제목 아래 춤과 그림과 소리에 ‘명상’을 더했다. 이날은 그 첫 번째로 ‘춤’으로 하는 명상이 무대에 올랐다.

▲ '율려춤'의 창안자 이귀선 씨

미국 그랜드캐년을 연상케하는 웅장한 풍광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른 이는 ‘율려춤’의 창안자이자 중요무형 문화재 제92호 강선영 ‘태평무’의 이수자인 이귀선 씨였다. 그는 무대를 누비며 자신의 율려춤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율려춤이란 ‘생명’ 그 자체를 몸이라는 언어로 표현해낸 것으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표현하는 생명의 몸짓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씨의 생명력 넘치는 율려춤에 이어진 공연은 드디어 관객들이 주인이 되는 순서다. 일지아트홀의 관장이자 주식회사 풍류도의 대표이사인 선풍 신현욱 관장이 등장과 함께 관객들의 힐링이 시작되었다. 그저 와서 객석에 앉아서 무대만 보다가 가는 콘서트가 아니다. 힐링콘서트에서는 모든 객석의 앞자리에 소고나 북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객석이 무대가 되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 가슴과 입을 열어 나를 표현해내는 '율려수련'을 이끈 선풍 신현욱 일지아트홀 관장

신 관장의 피리소리에 흥이 오른 관객들이 신 관장의 멘트에 따라 손에 손마다 하나씩 악기를 쥐어 들고 두드리기 시작하자 일지아트홀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무대에 ‘율려춤’이 올랐을 때는 그 어디보다 경건하고 심오한 공연장이었지만, 어느새 관객들의 심장을 쿵쾅거리며 두드리는 음악 소리에 신 관장의 꽹과리 소리가 더해지자 객석은 본격적인 ‘자기 힐링’ 시간에 돌입했다.

신 관장은 “율려는 생명이고 율려가 살아난다는 것은 ‘마음이 열리는 것’”이라며 “마음은 풀어야 열린다. 박자무시, 음정무시 그냥 이 순간 만큼이라도 내 마음 가는대로, 꽁꽁 묶어 두었던 것을 풀어내라”고 주문했다. 힐링콘서트 관객들은 그 어느 클럽보다 더 정열적인 춤사위를 펼쳐냈다. 한 손으로는 북을 두드리고 두 다리는 들썩들썩, 머리는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면서 풀어내고 풀어내고 풀어내기를 10여 분. 땀이 나니 신 관장이 이렇게 말했다. “땀이 나면 일단 마음의 문이 열린 것.”

▲ 흡사 '상여'를 연상케하는 무대에서 생명의 죽음과 다시 새로운 탄생을 표현해내는 이귀선 씨

한바탕 뜨겁게 달아오른 객석이 잦아들자 무대에는 다시 이 씨가 올랐다. 흡사 장례식을 연상케하는 기구가 무대에 설치되고 이 씨가 다시 생명을 표현해냈다. 삶의 죽음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기에 다시 삶의 생명을 이야기하며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춤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마지막 무대를 앞 두고 선풍 신현욱 관장과 이귀선 씨가 함께 무대에 올라 '율려'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 마지막은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신명나는 놀이판

공연의 마지막은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한 마당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이 입장할 때 입구에서 받아든 종이 꽃을 한데 엮어 그것을 연결고리 삼아 객석에서 무대로, 다시 무대에서 객석으로, 모든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 나는 새해 맞이를 했다. 처음으로 ‘힐링콘서트’에 왔다는 김영지 씨(54, 방학동)는 “좋은 공연이라 길래 잘 보고 오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잘 놀다가 간다. 말하듯이 노래하고 걷듯이 춤추니 신바람이 절로 난다”며 즐거워했다.

시리즈로 진행되는 이번 ‘말하듯이 노래하고 걷듯이 춤추라!’ 힐링콘서트는 매달 25일(수) 이뤄진다. 다음 두 번째는 ‘율려수련과 율려그림’을 주제로 혼이 깃든 그림을 그리는 범주스님이 함께 한다. 3월 25일에는 ‘율려수련과 율려소리’가 주제다. 자세한 사항은 일지아트홀(02-2016-3355)로 하면 된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