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2015년 인성코리아 연중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성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진단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매주 월, 목요일에 인성기획 시리즈를 중점 보도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이제는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삼자가 개입하지 않을수록 가정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진다. 이는 사회문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

살인범 5%는 ‘가족’

최근 “뉴스 보는 것이 겁난다”고 말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1월은 ‘가족범죄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6일 서울 서초동에서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강모(48) 씨가 도주 6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13일 경기도 안산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피의자 김모(47) 씨가 별거 중인 아내를 불러 달라며 경찰과 대치하다 흉기를 휘둘러 아내의 전남편과 의붓딸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족범죄는 2012년 1,036건, 2013년 1,142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6년간 매년 평균 1,143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족 살해는 매년 평균 56건이었다. 살인사건의 약 5%다. 미국(2%)·영국(1.5%) 등에 비해 수치가 높다. 유형별로는 가족 폭행이 3,3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해(2,292건), 살해(336건) 순이었다.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가부장적인 가정문화’를 꼽는다. “아내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때렸다”고 말하는 가해자 남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부모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자식이 일이 안 풀리는 것을 부모 탓으로 돌려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밖에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해 자식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례 등이 있다.

▲ 가족폭력은 남의 집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매월 8일을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가족폭력예방의 날이다. 지난해 10월 8일 포항시청 광장에서 열린 ‘보라데이 캠페인’(사진=포항시)

폭력의 대물림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자녀들이다. 일본 후쿠이대학(福井大学)의 어린이 심리발달연구센터가 미국 과학학술지 전자판 ‘플러스원’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일상적으로 목격한 어린이는 눈으로 본 것을 인식하는 뇌의 ‘시각령’ 일부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정폭력은 학교폭력과 사회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재엽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어릴 때 본 폭력적인 행동을 내면화해 공격성을 갖게 됨으로써 또래집단과의 관계에서도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신동욱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범과 살인범 중 아동 청소년기 가정폭력 경험자가 각각 64%와 60%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가족폭력이 폭력의 근원이자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여성가족부가 경찰청, 지자체 등과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지정하고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이 벌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신고가 먼저다. 한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장은 “처음 한두 대 맞았을 때 대부분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지만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폭력 상황이 10년, 20년 고착화되면 문제가 너무 깊어지고 맞는 입장에서도 체화(體化)되면서 점점 더 고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조건 없는 지원과 경제적 자립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밖에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그 가족을 보호하는 시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