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정시 퇴근하여 예약해둔 연극을 가족과 함께 보러 간다. 연극이 끝나면 연극을 본 소감을 나누며 가족 간 대화가 이어진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평일 연극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문화가 있는 날',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이 날이 기다려진다. 어느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정부는 올해 ‘문화가 있는 날’이 일상 속으로, 지역 속으로 더욱 깊이 스며들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추진 계획’을 보면,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시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과, 생활 속 문화 접점의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금년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공연장·미술관·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문화가 있는 날’을 누릴 수 있도록 기차역·거리·광장 등 생활 곳곳에서 ‘문화가 있는 날’ 기획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일상 속으로 지역 속으로 더욱 깊이 문화의 가 있는 날이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처음 시행한 ‘문화가 있는 날’은 평일 문화 참여율을 높이고 문화향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국민이 시간과 경제면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위원회와 문체부는 이를 덜어주기 위해 기존 문화시설의 할인과 함께 다양한 기획 문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 같은 추진 계획이 더욱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본다. 문화 향유에는 경제적인 여력과 함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문화가 있는 날’에도 야근을 해야 한다면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부의 전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이 문화가 있는 날에 정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교육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다양한 협력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나 경영자가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기업의 제반 활동이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소비 상당 부분이 문화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그러한 추세를 잘 포착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다. 문화를 아는 기업이 앞으로는 성장한다.
기업은 과학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의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과학과 예술의 만남과 접합은 20세기 예술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었다. 최근에 과학자들도 ‘아름다움’과 같은 미적인 언어에 집착하고 있다.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상상력과 직관, 감수성과 시각화가 중요하는 데에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한다. 과학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산업계로 이어질 것이다. 상상력, 직관, 감수성, 시각화ㅡ이러한 것은 바로 창의력과 직결된다. 창의력은 21세기 기업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 아닌가!
 

우리 경제가 크게 도약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점도 크다고 본다. 개발경제 시절에는 선진국 기업이 해온 방식을 채용하여 쫓아가면 되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선도하는 처지에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이 모범으로 삼고 추종할 모델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 기업 스스로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특히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상력ㅡ이를 기르는 데는 문화를 통해 예술을 접하도록 해야 게 효과가 크다. 기업으로 여기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정부가 시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면 사원의 사기 증진과 기업 이미지 제고 면에서도 얻는 게 적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회사원들도 가족과 함께 평일에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고 대화의 시간을 보내는 날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