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2015년 인성코리아 연중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성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진단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매주 월, 목요일에 인성기획 시리즈를 중점 보도한다. 

지난 20-30년 동안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가족 형태는 급속하게 변화했다. 부부 중심의 핵가족화, 소자녀 가족, 노령화 가족을 비롯해 독신자 가족이 크게 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유경 연구위원의 ‘가족변화양상과 정책 함의’란 보고서를 보면, 1990년과 2010년 가구 수를 비교했을 때, 20년 사이에 1~2인 가구는 22.8%에서 48.2%로 급증했고, 4~5인 가구는 58.2%에서 30.6%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2010년~2035년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10년 부부+자녀 가구가 37%, 1인 가구 23.9%, 부부 가구 15.4%이지만,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 부부 가구 22.7%. 부부+자녀 가구(20.3%)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혼,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붕괴되는 가족 공동체   
 
가족 구조가 변화되면서 가족의 해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가족 해체란 별거, 이혼, 가출, 유기 등에 의해 가족구성원을 상실함으로써 가족 구조가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더 넓게는 결속감이나 소속감 등 가족 단위의 정서적 기능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고, 세대 간의 단절로 부모와 자녀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개인주의와 고령화 및 저출산 현상, 만혼(晩婚)화 증가도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비율은 1997년 73.7%에서 2012년 46.3%로 추락했다. 반면,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식은 1997년 26.0%에서 2012년 53.5%로 늘었다. 가족 가치관 중 부모 부양관도 크게 변했다. 부모부양은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1998년 89.9%에 달했으나, 2012년 들어서는 33.2%로 급전직하했다. 
 
고용과 소득 불안정, 양육부담 등으로 말미암아 만혼화와 혼인기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평균 출생아수(기혼여성이 생애동안 출산한 자녀 수)는 1992년 2.2명에서 2012년 1.16명에 이른다.  
 
가족결속력이 약화되면서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1990년 1.1건에서 2013년 2.3건으로 증가했다. 혼인 건수 대비 이혼 건수의 비율도 1990년 11.4%에서 2013년 35.7%로 느는 등 가족해체 상황이 심각해졌다. 2012년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 4300여 쌍으로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이다. 근래에는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온 노년부부의 황혼 이혼마저 늘고 있는 추세다.

▲ 이혼 건수 및 조이혼율 추이 [자료=통계청 2013년 혼인 이혼 통계]   *조이혼율( 1년간 신고된 총 이혼건수를 당해 연도의 주민등록 연앙인구로 나누어 1,000분율로 나타낸 것)
 
부모의 이혼은 아동에게 발달적, 행동적, 정서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혼, 사별 등을 이유로 한 쪽 부모와 살고 있는 한부모 자녀 10명 중 4명은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부모 자녀가 우울하다고 답한 것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정환경의 혼란은 아이에게 정신적 상처로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낳기도 한다.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을 낳거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다른 자녀들의 증가도 문제다. 실제 많은 아동학대가 동거부부, 재혼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모가 돌보지 않는 손자를 조부모가 돌보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러한 가족의 해체는 가족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가정은 공동체의 가치 기준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차적인 교육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가정 해체현상과 더불어 한국의 가정은 이러한 사회적 기능을 거의 상실해버렸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편, 자녀 모두 자기 일에 바쁘다. 귀가시간과 식사시간이 각각 달라지고 가족 사이에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각자 추구하는 관심사가 달라서 어쩌다 마주해도 사무적인 말을 주고받을 뿐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공부 열심히 해라’, ‘남보다 잘 해야 한다’ 정도이다. 가정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이 아니라 경쟁과 이기심을 부추기는 것이다.
 
가족의 해체로 인해 아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부모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우리 가족 공동체를 지켜나갈 것인지. 그리고 국가는 어떻게 나라의 최소 단위인 가정을 살려나갈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