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Mentor)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난도 교수, 혜민 스님, 안철수 의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벌’이 좋다. 서울대는 기본이고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다. 얼굴도 호감형이다. 그들의 강연장은 마치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다. 이러니 여론을 주도하는 매스컴과 출판계는 ‘국민멘토’라는 닉네임까지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멘토와 강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기자도 만나기 어려운 스타강사다. 1대 1로 조언을 받는 멘토링(Mentoring)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의 멘토가 아니라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idol)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현실에서 멘토를 찾기가 어려울수록 혜민 스님이나 김난도 교수와 같은 사람들의 주가는 오를 것이다. 그런데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조언이 더 현실적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멘토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에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취재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500여 명의 멘토단이었다. 코리안스피릿은 이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했다. 미국변호사, CEO, 그림작가, 고위직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멘토들은 학생의 성적이 아니라 ‘가치’에 주목했다. 이를 깨우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졸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학생의 멘토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벤자민학교 2기에 지원의사를 밝힌 학생들 또한 ‘멘토 제도’에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말 인성영재 캠프에 참석한 한 여학생이 “졸업 후 진로가 궁금하다. 취직한 사례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1기생 김현곤 군은 “계속 요리를 해왔다. 어떤 멘토님을 만났다. 내년에는 뉴질랜드로 유학을 갈 것이고 호텔에 취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멘토였음을 알려준 것이다. 참석한 학생들은 ‘와~’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물론 이런 제도는 벤자민학교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도 필요하다. 이는 관공서와 기업 그리고 학교가 협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그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더러 멘토에 대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가 하는 것이고.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SNS으로도 얼마든지 조언할 수 있다. 홍익대통령이 꿈이라는 양성훈 군에게 페이스북으로 전직 대통령의 저서를 읽어보면 어떠냐고 조언하니 매우 고마워했다. 영화감독이 꿈인 김도원 군에게 ‘데뷔의 순간-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분투기’라는 책을 알려줬다. 물론 카카오톡으로 말이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표현이다. 이제는 게임을 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는 시대는 지났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멘토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초등학교 때 ‘커서 기술자가 되고 싶다’라고 장래희망을 적었고 중학교 때는 원예반에서 국화를 재배하고 있었다. 지금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멘토를 만나지 않았다면 공과대학이나 농업대학으로 갈 뻔했다. 당시 담임인 수학 선생님은 어린 나의 글쓰기에 주목했다. 덕분에 고등학교때는 문예창작반으로 대학교는 문과대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선생님과는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느 학교와 어느 회사를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누구를 만나느냐. 그로부터 배움이 진행된다면 원하는 인생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강연장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멘토링하는 스타강사와의 1회성 만남보다 중요하다. 그리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의 아들이 멘토로부터 10년의 조언을 받고 훌륭하게 자랐다고 하지 않은가? 이제는 명문학군보다 멘토단을 찾아 나서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