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는 소소한 일들이 제게는 무척 힘들었어요. 자잘한 집안일부터 몸을 움직이는 일, 마음 쓰며 챙겨야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죠. 아침에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그냥 차라리 계속 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평생 유병률 15%, 특히 여자에게는 25% 정도에 이른다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우울증이 이렇게 호되게 쓰나미처럼 인생을 강타할 줄은 몰랐다. '나이가 드니까', '주부라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라는 이유로 방치하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버거웠다.

▲ 단월드 둔촌센터 회원 김진화 씨

김진화 씨(59)가 자신의 우울증을 자각하게 된 것은 25년 전, 본격적으로 약을 복용하게 된 것은 7년 전쯤부터다. 뇌경색으로 몸이 편찮아지신 친정어머니를 직접 모시게 되면서 우울증 증세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갱년기 증상으로 심신이 힘든 때 병간호까지 맡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진 것이다.

"어머니를 모실 무렵 몸이 많이 안 좋고 우울증도 심한 상태였어요. 우울증도 힘들었지만 우울증과 함께 오는 무기력증도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무기력증이 오면 할 일은 많은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요. 그러면 할 일을 못 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더 무겁고 우울해져요. 점점 더 내 안에 갇힌 생활을 하게 되는 거죠."

김 씨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것은 기체조와 호흡명상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4월 말, 사회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인지 그의 우울증 증세가 곤두박질쳤다. 약을 먹어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약을 먹는 기간과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약에 의존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 용잠 단전치기는 다리와 상체를 들고 아랫배 하단전 부위를 두드리는 기체조 동작이다.

"올 7월 중순에 가족의 권유로 단월드 수련을 하게 됐어요. 수련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아침저녁으로 먹던 약도 지금은 저녁에만 먹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려고 할 때 스스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만큼 힘도 생겼고요.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내 몸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가 단월드 수련 중 특히 도움을 받은 기체조는 '단전(丹田)치기'였다. 설거지하고나서 다리가 아플 때, 마트에서 장 본 후 피곤해질 때 등 몸이 쳐지려할 때마다 틈틈이 아랫배를 두드렸다. 선 자세, 용잠 자세 등 다양한 동작을 번갈아가며 했다. 단전치기를 하고 나면 가라앉던 기운이 다시 살아나면서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사람 인심이 쌀독에서 난다고 하듯이 사람도 에너지가 있어야 인정을 베풀 수 있어요. 수련하면서 몸에 힘이 생기니까 짜증도 줄고 어머니께도 더 잘 해드리게 됐어요. 제가 말이 많아지니까 집안 분위기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남편도 저보고 많이 바뀌었대요. 아, 에너지가 차니까 식탐도 줄었네요. 이렇게 좋아지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예전보다 기분도 좋고 요즘은 정말 살맛이 나요."

김 씨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어도 몸에 힘이 없으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몸에 힘이 생겨야 감정을 조절하는 힘도 생긴다. 단전치기로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하라"며 그의 건강 노하우를 전했다.

 용잠 단전치기 배워보기

1. 자리에 앉은 후 상체는 뒤로 젖히고 다리는 위로 들어준다.
2. 용잠 단전치기는 다리를 앞으로 쭉 뻗는 것이 정석이나, 체력적으로 정자세가 힘들 경우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해도 좋다.
3. 주먹을 말아쥐고 아랫배 하단전(下丹田) 부위를 두드린다.
4. 허리는 반듯하게 펴되 허리가 약하거나 디스크가 있는 사람은 무리하게 하지 않는다.
5. 처음에는 30회 정도부터 시작해서 점차 10회씩 숫자를 늘려나간다.
6. 두드리기가 끝나면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랫배를 시계방향으로 쓸어준다.

 


* 하단전: 배꼽에서 5cm 아래 5cm 안에 있는 인체의 에너지 센터
* 용잠은 용머리 문양이 달린 비녀를 말한다. 단전치기를 할 때 상체와 다리를 바닥에서 살짝 든 자세가 용잠 비녀 모양과 닮았다 하여 용잠 단전치기라 부르기도 한다.

(도움말=단월드 둔촌센터 김다원 원장)


▣ 전문가 소견

 

용잠 단전치기는 다리와 상체를 들고 아랫배 하단전 부위를 두드리는 기체조 동작이다. 다리와 상체를 들면 복직근이 수축하면서 아랫배를 긴장시켜 의식과 기혈순환을 복부로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에 하단전 부위를 두드리면 하단전 주위 세포와 조직을 자극해 에너지가 활성화된다. 하단전은 인체의 3개 단전(상ㆍ중ㆍ하단전) 중 인체를 영위하는데 중요한 정(精) 에너지가 모이는 곳으로, 이곳이 활성화되면 전신에 활력이 생겨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도움말=비알한의원 장윤혁 원장)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